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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CJB 청주방송 이행안 공개 ①] 가해자 처벌과 명예복직도 이뤄진다  

이재학 PD 사망 책임 인정…CJB 청주방송, 고개 숙였다 

2020. 07. 23 by 김다솜 기자

관련 기사 : 방송계 고용 구조 문제 해결, CJB 청주방송이 시작점 [CJB 청주방송 이행안 공개 ②] 이번에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되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한 프리랜서 PD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CJB 청주방송에서 14년을 일한 이재학 PD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회사와 다투다 패소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그 결과가 세상에 공개됐다. 

4자 대표자(CJB 청주방송·유가족·언론노조·시민사회)가 이행안 합의를 의논했다. 그가 사망한 지 170여 일에야 합의를 이뤘다. CJB 청주방송은 23일(목)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에 따른 이행안을 공개했다. 

이행안 요구안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만들어졌다. △공식 사과 책임자 조치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으로 6개 분야 27개 과제를 제시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이행점검위원회로 전환된다. 이들은 2023년까지 매년 이행 점검을 확인한다. CJB 청주방송은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만약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충북인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CJB 청주방송의 이행안 내용을 전달한다. 

23일(목) 오전 10시 CJB 청주방송에서 조인식이 있었다. 4자 대표자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유가족 대표이자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왼쪽),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오른쪽) ⓒ 김다솜 기자
23일(목) 오전 10시 CJB 청주방송에서 조인식이 있었다. 4자 대표자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유가족 대표이자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왼쪽),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오른쪽) ⓒ 김다솜 기자

CJB 청주방송이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고개 숙였다. 진상조사보고서 결과 이재학 PD가 CJB 청주방송에 노동자였고, 사측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소송 과정에서 CJB 청주방송이 위법·부당 행위를 저질렀다. 이재학 PD가 죽게 된 원인이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이두영 전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현 CJB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와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가 유족과 조직 구성원, 지역 사회에 공식 사과하게 됐다. 진상조사로 밝혀진 잘못들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는 사과 내용까지 정했다. 오는 28(화) CJB 청주방송 대표이사와 대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유족에 대한 공개 사과를 할 예정이다.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는 “CJB 청주방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일을 바로 잡고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 방송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 방송을 아껴주신 도민 여러분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가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이성덕 CJB 청주방송 대표가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다. CJB 청주방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CJB 청주방송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자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전해졌다. 이재학 PD는 가족들에게 “젊은 청춘의 모든 시간을 바쳐 일해 온 청주방송에서 자신의 인생이 지워지고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 있는 가해자 명단을 제시했고, CJB 청주방송은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해자들은 이재학 PD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할 때 진술서를 작성해 준 동료들을 회유·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됐고 이재학 PD는 크게 괴로워했다. 수년 간 형제처럼 지냈던 그들의 진술 번복에 절망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일련의 사건들로 이재학 PD가 극도의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여러 번의 진통 끝에 이재학 PD 진상조사보고서의 이행요구안이 합의됐다 ⓒ 김다솜 기자
여러 번의 진통 끝에 이재학 PD 진상조사보고서의 이행요구안이 합의됐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는 CJB 청주방송의 노동자 

  • ‘고인이 근무했던 사무실에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캐비넷에 넘쳐났고, 여러분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진상조사보고서 결과 내용 일부 

진상조사 결과를 통해 이재학 PD가 CJB 청주방송의 노동자라는 사실이 인정됐다. 이재학 PD는 14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죽어서야 정규직이 됐다. 사측은 유족에게 명예사원증을 수여 한다. 앞으로 2주 동안 CJB 청주방송 내에 고인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이재학 PD의 이름을 딴 편집실도 만들어진다. 또 그가 근무했던 기획제작국에 책상과 정규직 명패도 비치할 계획이다.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는 "이제라도 어렵게 합의된 내용이 이행되는 것이 형이 못 풀고 간 한을 풀어주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는 "이제라도 어렵게 합의된 내용이 이행되는 것이 형이 못 풀고 간 한을 풀어주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보상도 이뤄진다. 해고 기간 임금을 지급하는 등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일주일 이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재학 PD 항소심에도 협조한다. CJB 청주방송이 진상조사 결과를 모두 인정하고 이 내용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 강제조정 절차를 밟는다. 이재학 PD 죽음과 관련된 합의는 모두 일주일 이내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형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많은 언론인들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고,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할 저희 형만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짓을 해도 형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 그 잔인한 사실만 여기 남아 있습니다."

유가족 대표 이대로 씨는 이재학 PD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씨는 "이재학 PD는 말도 안 되는 사회의 아픔을 알리려 했고, 동료를 위해 싸우고, 이 세상을 바꾸고자 큰 용기를 냈고, 본인의 남은 인생을 모두 바쳤음을 꼭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재학 PD 사망 100일 추모 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사망 100일 추모 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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