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축산계열 농장 오히려 방역 허술

최근 충북 도내 돼지 구제역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진천 대기업 축산계열 농장에 대한 퇴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농장은 대기업 계열 농장으로 씨돼지 육종과 돈육 생산을 위해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축산농가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와 방역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진천 구제역 첫 발생지인 농업회사법인 유전자원(주) 인근 진천읍 장관리 마을 주민들이 해당 농장의 퇴출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

진천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12월 3일 진천읍 장관리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전자원(주) 돼지 사육농장에서 신고된 30여마리 돼지가 구제역으로 판정되면서 시작됐다.

도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농업회사법인 유전자원(주) 농장은 하림그룹 내 계열사로 국내 최대 돈육 전문 생산유통 업체인 선진에서 운영하는 농장법인이다.

진천 유전자원(주) 농장은 지난 89년 12월 조성돼 종돈과 비육돈을 동시에 사육하는 농장으로 운영해 왔고 어미돼지 2,400여 마리를 비롯해 2만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 농장은 진천군내 6개 농가와 경기도 이천, 용인 등 전국의 20여개 농장에 새끼 돼지를 분양해 직영, 위탁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11월 24일에도 용인의 농장에 돼지 900마리를 분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농장 세번째 구제역 발생

특히 이 농장은 지난 2002년에도 구제역이 발생해 당시 1만6000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으며 2011년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전력이 있다.

하림그룹은 약 4조원 규모의 연매출(2011년 기준)과 현재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그룹은 대표 돈육 브랜드인 하이포크, 선진포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천하제일사료, 팜스코, 선진 등 국내 메이저 사료생산업체 3사와 하림, NS홈쇼핑 등 5개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기르던 돼지 157마리를 즉시 살처분 했다.
해당 농장은 유전자원(주)에 1만5,884마리, 선진육종에 4,732마리, AI센터에 50마리 등의 돼지를 기르고 있고 6만4000여 마리에 대한 혈청 O타입 백신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 접종을 어느 정도 한 것인지 판명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농림축산부 수의과학검역원이 해당 농장에 대한 돼지 혈청을 샘플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율이 30%대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방역당국은 이들 농장이 백신접종을 소홀히 해 구제역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접종을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어미 돼지의 경우 보통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일반적으로 항체 형성율이 80% 이상은 돼야 하지만 진천 유전자원 농장의 경우 항체 형성율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할 축산계열 대기업이 오히려 백신접종을 소홀히 해 구제역을 확산시킨 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면서 그에 따른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주민 농장 퇴출 현수막 내걸어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 12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진천 구제역 브리핑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농림부가 이날 “구제역 발생농가 일부 사육동의 항체값이 30% 후반 수준으로 상당히 낮게 나와 백신 접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지역 축산농가와 주민들이 이 농장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진천읍 장관리와 이월면 사지마을 주민들은 ‘계절없는 선진축산 똥 냄새, 지역주민 못살겠다’ ‘해마다 발생되는 구제역 삼진아웃’ ‘대기업(하림)은 이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주요 거리와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마을 주민들은 “방역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벌여 구제역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면서 “이 농장이 백신접종을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진천지역 도의원인 이양섭 산업경제위원장은 지난 12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문적으로 대규모 돼지를 사육하는 기업이 본인들의 과실로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3회 이상 구제역 발생농가의 허가 취소 규정을 만들어 ‘삼진아웃제’를 실시해 불성실 축산업자를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대기업 계열 농장이 방역 살처분 비용을 책임지도록 관련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출하 전 항체를 사전 검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항체가 일정수준 이하인 가축군은 도축출하금지 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진천군 관계자는 “해당 농장은 전문 종돈생산 업체로 운영되고 종돈에서 나은 새끼 돼지를 전국 각 지역에 위탁생산하는 체제인데 방역을 소홀히 한다면 대규모 업체로 축산농가에 미치는 피해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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