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24일 새터민 장 모씨 신청사건 승인
폐기된 과거기준으로 불승인 남발 … 충북에선 처음

▲ 새터민 장 모 씨는 공사 현장에서 비계파이프 묶음에 오른쪽 옆구리와 왼쪽 다리를 가격당해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외과 치료 가 끝났지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예기치 못한 고통이 찾아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신체 외상 후 또는 중추신경손상(뇌졸중, 척수신경손상)으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 일부 환자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병이다. 국내에는 약 2만여명이 이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산업재해로 거의 인정받지 못했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 대해 충북 최초로 산재를 승인하는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극심한 통증과 막대한 치료비 부담 등 이중고에 시달렸던 환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24일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질환을 앓고 있는 건설노동자 장 모 씨가 신청한 산재승인 요청을 받아 들였다. 2011년 장 씨가 사고를 당한지  3년만의 일이다. 북한을 탈출에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출신의 장씨는 건설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갔다.

2011년 10월 30일 장씨는 공사 현장에서 비계파이프 묶음에 오른쪽 옆구리와 왼쪽 다리를 가격당해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수개월의 외과 치료 후 예기치 못한 고통이 찾아왔다.

장 씨에 따르면 외과 치료가 끝이 난 뒤에도 허벅지를 불로 지지는 고통, 곡괭이로 내리 치는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 2012년 8월 충북대학교병원은 장 씨의 질환에 대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으로 진단했다.

병원은 장 씨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마약 성분이 담긴 약품을 처방했다. 고통이 심해 일을 할수 없었던 장 씨는 치료비 부담이 너무 컸다. 이에 장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산재 상병신청을 했지만 2012년 9월 20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장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국민권익위  변경 권고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일관되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단은 미국의사협회(AMA) ‘제5판’ 기준에 따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진단해 왔다.

반면 의학계는 세계통증학회(IASP) 기준을 이용하고 미국의사협회는 IASP와 유사한 AMA 제6판으로 개정함에 따라 공단의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정작 근로복지공단이 도입한 미국의사협회의 기준은 미국에서 조차도 10년 전에 폐기된 것이었다.

이런 불일치 상황에 대해 국민권익위(이하 권익위)가 나섰다. 지난 해 4월 이에 대해 권익위는 “현재 의학계에서 가장 합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진단기준은 '세계통증 학회의 2004년 수정진단기준'과 '미국의사협회 2008년 제6판 장애평가표”라면서 “근로복지공단은 판단 기준을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들여 지난 해 9월 관련 기준을 변경했다.

장 씨를 도와 도내에서 최초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산재 승인을 끌어낸 청주노동인권센터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주형민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는 “이번 결정은 충북 지역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산재를 재신청해 승인 받은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주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눈에 보이는 사고성 질병에 대해서는 쉽게 산재로 인정하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근골격계 질병, 과로성 질병, 직업성 질병 등에 대해서는 불승인 처분을 남발해 왔다”고 지적했다.

주 노무사는 “산재신청을 하고 불승인 처분을 받은 환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제기해야 비로소 산재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산재 승인 처분을 계기로 외견상 눈에 띄지 않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재해자에 대한 판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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