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출신 작가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48쇄 돌입… <미치도록 가렵다>도 인기몰이 중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3년 째 베스트셀러 위치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근래에 지역 작가의 작품으로 이만큼 주목받는 소설을 찾기 쉽지 않다. 김선영 (49)작가는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2011년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작년에 <특별한 배달>, 올 여름 <미치도록 가렵다>를 연이어 출간했다. 김 작가는 왕성한 작품활동과 함께 빼곡한 작가초청강연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쓰는 중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조금 피로해 보이면서도 쾌활하고 솔직한 그의 화법은 여전했다. “전업 작가가 꿈이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에 전념하고 작가로서 독자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아울러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노력을 기울여 온 창작의 과정이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작가는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밀례>가 당선 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올해로 김 작가가 등단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밀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해 준 작품이다. 여러 방식으로 글쓰기를 죽 해왔지만 소설집 출간 이후 비로소 장편소설 창작에 몰두할 마음을 먹게 됐다”면서 첫 소설집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문학은 청소년과 소통하는 좋은 매체”

등단이후 소설집 <밀례>가 출간되기까지 6년이 걸린 것에 비해 최근 청소년 장편소설의 연이은 출간은 파격적인 행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현재까지 48쇄를 찍었다. 출판시장에서 청소년 문학이 관심을 받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추천도서로 주목을 받은 영향도 컸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일상과 고민을 문학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는 독자층이 형성됐다.

김 작가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철학 수업이 없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보다 경쟁을 위한 지식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문학은 청소년과 소통하는 좋은 매체”인 것을 강조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시간의 사유, <특별한 배달>은 책임과 선택, <미치도록 가렵다>는 불안을 주제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김 작가의 분명한 주제의식의 중심에는 청소년들이 있다. “강원도 끝에 있는 곳이어도 기꺼이 독자를 찾아간다. 나의 소설을 읽은 청소년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마다 배움이 있고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는 작년과 올해 각각 80여회 이상의 초청 강연을 통해 청소년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강연 중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시간아 빨리 가라’ 하면서 이 터널을 얼른 지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시간은 어김없이 또박또박 지나가는데, 내가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는 철부지인 것 같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내보일 때 가장 반갑다고 했다. 청소년의 자살을 가까이서 경험한 것이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그는 지금의 시간을 꿋꿋이 버티고 살아내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소설의 주제설정에 대해 독자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것에 대해 그는 “의도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작가의 몫인데 아직 투박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다”며 계속 노력하고 익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작소설연재도 모바일 시대

김 작가는 지금껏 청주를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은 청주 남이면의 산과 들에서 보냈다. 그는 “청주에 나와 살면서 도시의 가난을 절감했다. 학창시절 소설을 피난처 삼아 의지했다. 소설 읽는 것을 ‘엄청’ 좋아하다보니 소설가가 꿈이 됐다”면서 생활을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방송통신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며 꿈의 자락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청주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의 독서전문가모임인 ‘책이 좋은 아이들’, 김남일 작가와 창작공부를 했던 ‘저마다의 별’ 모임,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자연안내자 등의 활동을 통해 동료로서 또는 시민활동가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등단 이후 그는 꾸준한 글쓰기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 디지털웹진에 연재한 <김선영의 꽃이야기>는 80여편에 이른다. 최근의 장편소설 3권은 1년에 한권 씩 출간했다. 김 작가의 마음 밭에 뿌리 내린 고향의 풀꽃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피어나는 계절을 맞은 듯하다.

이전에 유명작가들의 신작을 연재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이나 잡지에서 볼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연재 방식으로 신작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 중 <특별한 배달>은 EBS FM ‘라디오 연재소설’로, <미치도록 가렵다>는 스마트폰 모바일 연재소설로 종이책 출간 전에 독자들과 미리 만났다.

독자의 특성을 반영한 출판전략도 생존을 위해 변화를 거듭해야 하는 것이 요즘 출판계의 현실이다. 까다로운 독자와 냉정한 출판시장의 벽을 넘어서는 한 편의 소설이 드문 때에, 김선영 작가의 씩씩한 행보는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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