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사회상…‘지록위마’로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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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사회상…‘지록위마’로 대변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4.12.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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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울분 터졌지만
강압적 분위기속 내면조차 숨겨…新386 공안정국

▲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회 변화를 꾀할 것 같았지만 결과는 ‘지록위마’로 표현됐다. 권력의 위세가 본질을 말하지 못하게 눌렸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교수신문’이 대학교수 7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정했다.

글맥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이지만  윗 사람을 농락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상황을 일컬을 때 쓰인다.

허석렬(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의 위세에 눌려 본질은 외면한 채 주변부 탓으로 돌리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며 “세월호는 국가시스템 대신 유병언 탓으로, 민주주의 위기 문제를 통진당의 종북 탓으로 돌린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불었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이어 올해는 “가만히 잊지 않겠습니다” 열풍으로 이어졌다. 둘 사이에는 ‘미안합니다’란 대자보가 중간다리를 놓았다. 2013년 한 고대생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로 시작된 열풍은 도내 청주대, 충북대, 청주교대 등 각 대학에 열풍처럼 번졌다.

시대에 순응해 거세된 청춘으로 지목됐던 젊은 세대의 대자보 반란은 88만원 비정규직 세대의 사회참여 선언으로 불리며 커다란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말문을 연 청춘세대는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서 ‘미안합니다’란 대자보를 통해 노당자를 지지하고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로 이어졌다.

이어 세월호 탑승 학생들에게 강요된 “가만히 있어라”란 메시지에 반발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란 적극적인 실천 언어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도 지역에 반영됐다. 청주대학교 학생은 학교재단과 김윤배 총장에 맞서 8000여명이 참여하는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동맹 수업거부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80년대에 청주대를 다녔다는 A씨는 “민주화 투쟁이 한창이었던 80~90년대에도 이렇게 많이 모인적은 없다”며 “선배들도 하지 못한 학원민주화 투쟁을 후배들이 승리로 이끌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계기로 지역 시민사회, 노동, 종교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상당공원에 시민 분향소를 차리고 매주 진상규명을 외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세월호를 통해 나타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사고의 원인, 국가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자성어 ‘지록위마’처럼 이념갈등과 권력의 힘 뒤로 숨어버린 본질을 대신해 주변부와 주변부가 부딪혔다.

안전하지 못한 '안전 청주'

상당공원에서 진행된 세월호 단식장엔 먹을 것을 들고 나와 인증샷을 올리는 일베 회원이 등장했다. 일부 단체는 청주시내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리본 철거를 주장했고 일부 회원들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일부 우익 노인단체들은 세월호 추모 미사를 진행한 모 성당에 군복을 입고 나타나 “종북 빨갱이 신부 물러라가”며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가경동에 거주하는 주부 신(43) 모 씨는 “1930년대에 태어나 나이 80을 바라보며 6공화국 때 관직을 한 사람을 신386이라고 부른다. 이들 신386이 청와대로 들어가 세상을 이념과 갈등으로, 폭력적으로 국민을 누르려 한다”며 “속 감정을 드러내면 우익의 표적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지방선거에서도 충북지역의 발암물질 논란이 선거의 가장 큰 쟁점으로 비화됐다. 선거 이후에도 각 당선자들은 안전을 최대의 화두로 삼았다.

하지만 겉은 요란했지만 내실은 없었다. 충북과 청주시는 발암물질 문제 이외에도 미세먼지 농도 1위, 폐암 발생률 및 사망률 1위, 호흡기 질환 사망률 1위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 하지 못한 채 청주시는 소각시설을 늘리는 상황이어서 시민들은 더 불안해 하고 있다.

해묵었던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채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노조 파괴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유성기업 영동공장과 세종시 부강면에 소재한 (주)보쉬전장의 노사 갈등도 어떤 타협점도 찾지 못했다.

법원은 일관되게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측은 여전히 이를 무시하고 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도 결국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갔다. 시는 나름대로 중재자로서의 노력을 하긴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회 갈등을 키워내는 요소는 커졌지만 갈등을 치유하는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OECD 한국 사회 지표는 '낙제점' 
자살률‧가계부채증가율‧노인빈곤율‧출산율 꼴찌

지난 12월 16일 국민TV뉴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TV뉴스는 2013년 OECD 국가를 상대로 평가한 각종 지표를 순위로 매겨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중 자살률, 가계부채 증가율, 노인 빈곤율, 출산율에서 최 하위를 기록했다.

국민TV뉴스에 의하면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부터 10년 연속 부동의 1위다. 2013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12.1명이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그 두배 보다 많은 28.5명이다. 2013년 한해 동안 1만4427명, 하루에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0만명 당 21명으로 비교 가능한 OECD 가입 22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1년 동안 1929명, 하루에 5명이 일을 하다 사망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했다. 최근 6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평균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8.7% 증가율을 기록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남녀간 임금격차도 가장 컸다. 남성이 받는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 여성은 62.5에 그쳤다. 2011년 한국의 노인빈곤율도 48.6%로 역시 1위였고, OECD 국가 평균 13.5%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 외에도 한국은 OECD 국가중 자동차 사고율,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양주 소비율, 낙태율, 대학 학비 가계부담율 등 50여개 항목에서 하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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