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12월은 어쩔 수 없는 정리의 달이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맘때면 언제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그렇지 않고는 다가올 1년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 잘하면 되지.” 우리는 주문처럼 이 말을 되뇌인다.

세상 일도 다르지 않다. 옳은 판단만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 곳곳에서는 잘못된 일들이 벌어진다. 필자는 진천군 소재 민간산업단지 조성과정의 문제점을 수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관피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공공성을 지닌 산업단지에 민간참여가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진천군 은암산업단지는 성공적인 조성이 요원하다는 것이 문제다. 개발 주최인 업체는 조속한 산업단지 조성을 외치고 있지만 보여지는 결과물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4년 9개월 간 운암산업단지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조성과정에서 발견된 암반이다. 암반이 발견되자 해당업체는 이 암반을 부숴 건설자재인 골재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적확히 말하자면 조성과정에서 암반이 발견된 것을 알고 전 사업자로부터 사업권과 토지를 인수했다. 다시 말해 골재 생산을 통해 부수입을 얻으려는 계산이 있던 것이다. 그렇게 수년간 골재생산을 해 온 해당업체는 올해 산업단지 변경허가 신청을 냈고, 승인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업 기간 만료일(2014년 12월 31)이 다가오자 골재생산을 연장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한 거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해당업체는 올해 충북도에 연장 신청을 냈지만 스스로 철회했다. 사연인즉 이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해당 업체에 여러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산지관리위원회는 해당업체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 절차인 토지매입도 하지 않은데다 현장 점검을 통해 골재 채취 현장 외에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어떠한 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충북도로부터 허가받는 것이 어려워지자 다급해진 업체는 진천군에 4개월짜리 연장 신고를 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진천군은 업체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당업체는 12월 31일까지 골재 생산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취재결과 해당업체는 충북도가 지적한 점에 대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또 다시 진천군에 연장 허가를 신청하거나 충북도로부터 지적받은 문제를 해결한 뒤 신청해야 할 상황이다.

‘전거복철(前車覆轍)’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앞선 수레의 엎어진 바퀴자국이란 말이다. 앞 수레의 실수를 거울삼아 같은(엎어지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뜻이다. 진천군은 앞선 수레에서 해당 업체의 요구가 정당하다며 업체의 손을 들었다. 그 결과 산업단지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해당 업체는 골재 생산으로 수십억원대 이익을 취했다.

머지않아 충북도나 진천군, 둘 중 하나는 연장 신청을 받게 될 것이다. 2015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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