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재경 충북인의 친목단체인 ‘충청향우회’(이하 충향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말많고 탈많은 ‘충북협회’를 마감하고 새로운 깃발을 올리게 된 셈이다.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충북인의 밤’ 행사를 갖고 충향회의 출발을 선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충향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됐고 이시종 지사를 비롯 비중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충향회 출범 축하와 함께 그 정통성을 확인하기 위한 한결같은 심정으로 모였을 것이다.

충북협회는 임광수 전 회장의 18년 장기집권과 이필우 회장(85)의 ‘막가파식’ 운영으로 식물단체로 전락했다. 이회장은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3선 연임 무효’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젠 끝인가 싶었더니, 곧바로 회장 보궐선거에 단독 출마해 뻔한(?) 대의원 회의를 통해 또다시 선출됐다. 4번째 회장에 당선된 셈이고 지난 2006년부터 8년째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 임광수 전 회장은 2006년 등 떠밀리듯 사퇴했다.

이어 등장한 인물이 영동 출신 재력가 이필우 회장이다. 하지만 독선적인 운영으로 취임이후 충북협회 신년교례회와 총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했다. 이때 이미 속된 비유가 떠돌기 시작했다. ‘쓰레기차 피하고 나니 인분차가 나타났다’

이 회장의 4선 도전 노욕에 대해 비대위는 마지막 중재안을 제시했다.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까지 임기를 보장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팔순의 노회장은 끝내 거부했고 스스로 재경 충북인의 ‘공적’이 되버렸다.

이제, 충향회의 출범으로 충북협회는 명분도 사람도 없는 유령단체가 된 셈이다. 또한 충향회를 통해 재경 충북인의 새로운 구심점이 마련됐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야말로 묵은 체증이 뚫리는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지난 8년간 안하무인 행태로 충북을 속앓이하게 한 이 회장의 등장을 반추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임 전 회장을 사퇴시키고 대안으로 내세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어떤 자격을 내세워 이 회장을 추천했을까? 필자의 기억으론 당시 소문난 재력가인 이 회장이 충북협회에 거액을 출연할 것이라는 기대감 아니었나 싶다. 단독 출마로 당선될 때까지 이 회장의 인품이나 활동이력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는 없었다.

결국 이 회장의 주머니에 현혹된 몇 사람이 ‘장고끝에 악수’를 두게 된 셈이다. 마침내 회장 권한을 손에 쥐고 사유화하자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고 장기간을 휘둘린 것이다. 재경 도민단체는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선 역할을 해야 한다. 충북도와 도민들의 꿈과 염원을 중앙무대에서 구체화시키는 구심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자리의 수장을 능력이 아닌 재력으로 선택한 자체가 넌센스다.

신망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중심을 잡는다면 단체가 필요한 재정은 십시일반 모을 수 있다. 각급 학교 총동문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학교발전기금 모금액이 달라지지 않던가. 충향회 서정진 회장은 취임인사를 통해 선뜻 1억원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새 회장의 능력은 자기 기부보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발휘하길 바란다. 이런 전통이 확립된다면 차기 회장들은 당연히 통합의 리더십을 제일로 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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