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저는 물의 신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입니다. 동생들과 놀러 나왔을 때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라고 하면서 웅신산(熊神山) 아래 압록강가에 있는 집으로 유혹하여 사통(私通)하고는, 저를 버리고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제가 중매도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간 것을 꾸짖어 이곳으로 귀양을 보내 살도록 했습니다.”<삼국유사 기이 제1 고구려 중에서>


“저는 항공의 신 양호(亮鎬)의 딸 현아(顯娥)입니다. 뉴욕발(-發) 비행기 1등석에서 한 승무원이 버릇없이 땅콩을 봉지 째로 주면서 먹으라고 내놓기에 규정을 따지며 비행기를 ‘램프리턴’하라고 호통을 치고는,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놓고 돌아와 버렸습니다. 부모 잘 만나 경쟁도 없이 부사장까지 올라온 것을 꾸짖어 세상이 비난하지만 우리 비행기입니다.”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가던 비행기가 탑승구로 돌아가는 것을 램프리턴(ramp return)이라고 부른단다. 대단한 그녀가 아니었으면 이런 단어를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월5일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를 램프리턴 시킨 뒤 사무장을 뉴욕공항에 내려놓고 떠나온 사건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땅콩을 종지에 담지 않고 봉지째 가져온 것이 문제였다. “1등석에서 벌어진 일이고 임원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있는 일”이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해명이다. “북한 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이다.” 이는 영국 가디언 트위터에 올라온 촌평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