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소성연료와 부원료에 석탄재, 폐타이어 등 폐기물 사용
제조공정 대기오염 주민민원, 완제품 시멘트는 유해물질 함유

지난 18일 도의회 엄재창 의원(새누리당·단양)이 도내 북부지역 시멘트 회사들의 폐기물 소각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엄 의원은 충북도 안전행정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멘트 회사들이 폐기물 소각장 역할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은 “시멘트 회사에서 각종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산업폐기물들이 단양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그 정도가 심해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인지 폐기물 소각장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어 충북도가 도내 시멘트 회사들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제천 아세아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들은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판결 받기도 했다.(박시 기사 참조) 폐기물을 시멘트 소석로 연료로 사용하면서 불거진 주변 환경 피해는 법적으로 심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시멘트 원료에 폐기물을 사용한 유해물질 함유 시멘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발암물질로 규정된 6가 크롬까지 검출됐지만 환경부조차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블로그 활동을 통해 시멘트 환경오염 문제를 파헤쳐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51)의 글을 통해 ‘쓰레기 시멘트’문제를 되짚어본다.

▲ 일본산 석탄재와 폐타이어가 국내 반입돼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에 구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점토 대신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 소각재 등 각종 폐기물을 사용한다. 또 철광석과 규석 대신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이고 나온 폐기물인 슬래그와 폐주물사 등을 섞어 가열한다.

즉 석회석을 주원료하고 부원료로 석탄재, 재생주물사, 슬래그, 하수처리장 오니, 도시쓰레기 및 제지 소각재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이 쓰이는 석탄재의 경우 화력발전소, 제철소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발생한다. 석탄을 뜨거운 공기와 함께 노도에서 순간적으로 연소하게 되는데 이때 미세한 먼지로 집진되는 입경 0.3~1.0mm의 재를 플라이애쉬라고 한다. 이 플라이 애쉬가 시멘트에 필요한 점토의 대체 자원으로 재활용된다.

문제는 석탄재가 비소, 크롬, 수은, 납, 카드늄, 라돈 등 다량의 중금속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맹독성인 납과 발암물질의 하나인 6가크롬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석탄재 등을 부원료 사용한 시멘트 완제품에도 이같은 유해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에서는 스테인리스 숟가락 속에도 크롬과 니켈이 들어 있는데, ‘용출’되지 않기에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시멘트에 ‘쓰레기’가 섞여 있어도 사람의 몸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최 목사는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을 부원료로 사용했을 경우 시멘트와 아스팔트 등에서 방사능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실측한 결과 안방에서 1.138μ㏜/h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것.

이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에 이르는 심각한 방사능이 검출됐고 여기서 24시간 생활한다면 연간 피폭 허용선량 1m㏜/h(밀리시버트)의 10배에 이르는 9.9m㏜/h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9년 폐기물 첨가 시멘트 허용

특히 석탄재의 상당량이 일본으로부터 폐기물 처리비용을 받고 수입하는 것으로 실정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쌍용시멘트가 61만톤, 동양시멘트가 41만톤, 한라시멘트가 11만톤, 한일시멘트가 17만톤의 일본 석탄재를 수입했다. 또한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 처리비용으로 받은 돈이 쌍용 296억 원, 동양시멘트 85억 원 등 총 4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멘트공장들은 제품 판매 수익 못지않게 일본 석탄재 처리로 큰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이같은 엄청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계기는 지난 99년 정부가 석탄재와 같은 폐기물을 첨가해 시멘트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허용한 것인데 문제는 해외에서 배출된 폐기물까지 국내 반입하는 현실이다. 결국 정부가 시멘트 회사의 새로운 수입창출원을 보장해 준 셈이고 일본에서 석탄재를 반입하는 유일한 국가로 전락했다.

석탄재 뿐만 아니라 폐타이어도 일본에서 들여와 처리비용을 수익으로 잡고 있다. 국내 시멘트 회사 세 곳이 일본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폐타이어를 통으로 들여오면 폐기물이라 불법이지만, 잘게 썰어 들여오면 연료 수입이라 이름으로 포장된다. 일본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이 폐타이어들이 왜 위험할까?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의 유해성을 알기 위해 시멘트 제조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온갖 폐기물들을 혼합해 1400도 고온으로 태워 만들어진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슬래그 등 온갖 쓰레기를 혼합하여 길이 60~70m에 이르는 대형 원통에서 소각한다. 쓰레기가 소각돼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이 긴 원통을 소성로라고 부른다.

▲ 시멘트공장 빈터에 쌓여있는 각종 폐기물 잔재.


발암물질 6가크롬 검출되기도

길이 70m에 이르는 소성로 전체 온도를 1400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고무 등 가연성 폐기물을 소성로 안에서 함께 태워야 한다. 결국 석회석과 혼합된 온갖 쓰레기들이 소성로 안에서 함께 타고 난 소각재가 시멘트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검출되고 방사능이 잔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실제로 외국과 국내 시멘트 공장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유럽은 1983년부터, 발암물질인 6가크롬의 시멘트 함량 기준을 1kg당 20ppm이 넘지 않도록 법으로 정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2008년이 되어서야 시멘트 1kg당 6가크롬 20ppm 미만 함량 기준을 만들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만든 안전기준이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시멘트 공장의 ‘자율’에 맡긴 것이다. 처벌 규정이 없는 자율 기준이니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11월 JTBC는 ‘석탄재로 만든 시멘트서 발암물질 검출’이란 제목의 뉴스에서 “국내 4개 시멘트 제품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 6가크롬 26ppm이 검출된 시멘트가 나왔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정한 안전기준 20ppm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처벌 조항이 없는 시멘트 공장 자율 기준이니,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발암 시멘트가 생산·유통되는 있는 현실이다.

아파트 절반 일본 석탄재 시멘트

이렇게 만들어진 시멘트의 상당량이 우리들의 주택과 아파트를 짓는데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석탄재 등을 수입해오는 쌍용시멘트(20%), 한일시멘트(13.2%), 동양시멘트(12.5%), 한라시멘트(12.3%) 등 4개 회사의 시멘트 점유율이 총 58%에 이른다. 결국 국내 아파트 중 58%는 일본 쓰레기로 건설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최 목사는 정부와 관련 업체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니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 시민들이 깨끗한 시멘트를 사용하라고 건설사에 요구해야 한다는 것. 건설사는 안전한 건축 재료로 건강한 집을 지을 의무가 있기 때문에 창원 포스코건설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 시멘트 등급제 실시를 제안했다. 쓰레기를 넣은 시멘트와 그렇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구분해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소비자가 등급을 보고 직접 시멘트를 선택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시멘트 성분, 원산지 표시 의무화다. 대부분 공산품 포장지에는, 상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원산지까지 표시된다. 하지만 시멘트에는 어떤 표시도 없다. 그러다보니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가 자유롭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다.

제천 피해주민 전국 최초 손해배상 판결 받아내
중앙환경분쟁조정위 16명 주민에 아세아시멘트 1억2500만원 보상결정

도내에는 제천에 아세아시멘트, 단양에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한일시멘트가 가동중이다. 청주 가덕면 유니언시멘트는 건축물 내외장재로 쓰이는 특수 용도의 백시멘트를 생산한다. 따라서 일반시멘트와 제조공정이 다르고 부원료도 폐도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일하다. 북부지역 시멘트 공장의 환경민원이 구체화된 것은 4년전 최병성 목사가 현지조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마침내 2011년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지역 주민건강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때 총피해자는 251명이었고 진폐 의심환자도 44명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주민 16명에게 1억 2500만원을 보상하도록 결정했다.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시멘트 공장 오염 피해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추가로 영월, 삼척 지역 주민들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제소해 결국 64명이 6억2300만원의 보상 결정을 받았다.

한편 아세아시멘트는 2012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장이 여과집진시설을 설치하기 전인 2000년도 이전에는, 상당한 분진이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분진 때문에 주민들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 13명에 대해 “중증으로 갈수록 생활상 불편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완치가 불가능한 사정이 있지만, 공장 측이 분진 발생 억제 노력을 기울였고, 발병에는 다른 요인이 개입할 여지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주민들에게 각 300만~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반면 ‘진폐증’이 발병한 주민 5명에 대해서는 “공장에서 진폐증을 유발하는 ‘이산화규소’를 배출하는 양이 적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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