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소문난 맛 집이 알고 보니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업소는 문의면 소재지에 적법하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지만 굳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영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소는 올해에만 2차례 단속에 적발되는 등 2005년부터 매년 위반 사실이 적발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버젓이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고추장삼겹살과 단호박영양밥으로 유명한 문의면 미천리 소재 B식당.  지난 30일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점심 때가 지난 오후 3시경인데도 어림잡아 4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이 곳 음식을 맛보기 위해 천안에서 왔다는 박 모 씨는 “오늘 방문이 두 번째다. 중독성이 있다.

이번엔 부모님 까지 모시고 왔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지난 번 왔을 때는 관광버스 2대 등 단체손님이 있어 30분 동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박 씨의 말처럼 이곳 식당은 관광버스 5~6대가 주차할 수 있는 별도의 주차공간도 akfus했다. 식당 주인 P씨의 설명에 따르면 단체손님 15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식당의 장점은 음식만이 아니다. 문의 IC에서 청남대로 향하는 초입에 위치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유혹하기 좋다. 특히 문의 IC부터 청남대까지 식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식당 뒤 산책로를 오르면 대청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식당 뒤편으로는 각종 체험장과 나무로 만든 야외 공연장 데크, 콘크리트 건물 2채 등 여러 시설도 갖추고 있다. 식당 뒤 잣나무 숲 산책로로 이어지는 폭 3m 도로 150여m는 모두 포장돼 있다.

한마디로 이 식당은 식사 뿐 만이 아니라 대청호 경치도 볼 수 있고 산책까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요충지다.

바비큐장 참사! 벌써 잊었나

이런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이곳 식당의 실상은 각종 불법이 차고 넘쳤다. 우선 이곳은 청주와 대전시민 등 200여만명이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수도법에 의해 각종 오염행위가 강력하게 규제되는 지역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가축사육조차 제한되며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곳은 음식점이 처음부터 허가가 날 수 없다. 하다못해 ‘수실 및 수생태계보전에관한법률’에 의거  오폐수를 정화하는 배출시설 조차 설치가 제한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지목이 대지로 돼 있는 곳에 설치한 60여㎡ 이외의 건축물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목이 임야로 되어 있는 곳에 설치된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은 산지를 불법으로 훼손한 것이 돼 산지법 처벌대상이다. 또 지목이 전으로 돼 있는 대형 야외 주차장도 농지법에 저촉된다.

지난 달 15일 전남 담양의 한 펜션 바비큐장 화재 사고로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펜션 바비큐장을 포함해 객실 4개 동 역시 불법 건축물로 확인됐다.  바비큐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판넨과 목재, 갈대로 장식돼 있었고 출구는 매우 비좁았다.

담양 펜션 불법 바비큐장과 마찬가지로 이곳 B식당의 대형 시설물도 마찬가지였다. 15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이곳은 농업용 비닐하우스로 위장돼 있다. 외부에서 보면 농업용 하우스 이지만 내부는 전형적인 식당이다. 

바닥은 포장돼 있고 각종 조리기구와 갈대와 같은 장식물이 설치돼 있다. 입구도 매우 비좁아 사람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폭 밖에 되지 않았다.  B 식당 주인 L씨는 “여기는 식당이 아니고 체험장이다.

여기서 장사를 한 적도 없고 조리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방문 당시 조리기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문의주민 “유착관계 의심된다”

B식당의 영업은 각종 불법으로 차고 넘쳤지만 이 식당은 십년 가까이 계속해서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관계공무원들은 현행 법률이 허술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관리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5월과 11월 2차례 단속을 통해 B 식당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경찰에 고발 조치 뿐만이 아니라 유관부서에서 필요한 조치를 모두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B 식당은 2005년부터 현재 까지 한 두 해만 빼놓고 매번 단속에 적발됐다. 하지만 고발을 해도 200~300만원 정도 벌금에 그쳤다. 처벌이 약해 업주가 배짱 영업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문의면 미천리 거주 김 모씨는 “청남대까지 가는 길에 식당은 딱 한 곳이다. 우리 농민들은 길가에 농산물 판매대를 운영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데 B 식당은 10년 가까이 장사를 했다. 각종 불법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사 통과됐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B 식당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매출을 분산한 흔적도 발견됐다. B식당은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십년 넘게 같은 상호를 쓰며 홍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30일 B식당 매출 전표를 확인한 결과 계산은 S업체로 돼 있었다.

반면 B식당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 봉투를 확인한 결과 11월 중순 경 B업체 명의로 계산된 매출 전표가 확인됐다. 이는 B 식당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매출을 분산하는 기법을 동원해 최소 2개 이상의 업체에 분산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현재 상수원 보호구역 내 주민들은 환경 규제로 인해 재산상 여러 불이익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계형 원주민들을 보호하려 각종 규제를 완하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문의면 소재 B식당의 경우 이런 생계형 영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문의면 거주 김 모 씨는 “이 식당이 지역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도 아니다. 문의면에 멀쩡한 식당을 비워두고 일부러 상수원보호구역에 가서 영업을 한다. 거기는 청남대 가는 길에 유일한 식당이다. 매출 규모도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될 것이다”며 “우리 같은 농민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B식당 주인 “불법인줄 안다. 식당 옮기겠다”
본보 취재시작 하자 영업 중단…지난해에도 반복 

무허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B 식당 주인이 영업중단 의사를 밝혔다. 식당 주인 L 씨는 전화통화에서 “불법 영업을 했던 것은 맞다. 그래서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모든 취사도구를 옮기고 시설도 폐쇄 하겠다”고 말했다.

L 씨는 “이제 식당은 문의 파출소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영업을 할 것”이라며 “이곳은 허가를 받은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 씨는 불법 영업 행위와 관련해 일부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2005년부터 식당을 하지 않았다. 그때 처벌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화조를 설치한 것이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수질을 생각해 한 것이다”고 말했다.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대형 식당으로 이용했다는 사실도 부인했다. L 씨는 “우리는 거기서 음식을 판 적도 없다. 당연히 조리도 하지 않았다. 그곳은 체험 프로그램 장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하루 하루 먹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B식당은 단체관광 손님등 1일 수백명의 인원이 이용하며 매출액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