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숙 청주YWCA 회장, 격정의 50년사 반추

지난 28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길은 또 시작되고…’라는 주제의 특별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손에 손을 잡고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늦은 가을비를 아랑곳 않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로 대공연장의 1·2층 객석이 가득찼다. 청주 YWCA(이하 청주Y) 50년을 기념하는 ‘생명·평화 콘서트’. 항상 우리 곁에 있어 그 시작에 대해 무심했던 탓인지 올해로 50회를 맞았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청주Y는 1965년 창립 이후 50년간 꾸준히 생명과 평화에 대한 담론을 펼치고 지역시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실천운동을 펼쳐 왔다. 조규숙(64) 회장은 공연 인사말을 통해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열망의 자리이며 ‘여기까지 잘 왔다’는 격려의 자리”라면서 50년간 청주Y를 응원하고 함께 걸어 온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했다.


활동가들, 지역 여성지도자로 우뚝

청주Y는 1965년 7월 당시 청주시 문화동에 위치한 YMCA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첫 발을 내딛었다. 참석인원이 106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한국 YWCA 반백년> 자료집에는 ‘여러 지방에서 야학을 실시했는데 청주Y에서는 6명의 고아를 맡아 기르는 조그마한 집을 갖고 고아원사업을 운영했다’는 기록이 있다.

1922년 한국Y의 창설초기에 청주Y가 조직 됐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자료다.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이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청주여자고등학교에 생긴 Y-틴 조직은 이후 청주Y 창립의 기반이 됐다.

여성의 법적보호를 위한 ‘혼인신고운동’이나 ‘윤락여성교육’, 교육받지 못한 여성을 위한 ‘야간학교운영’ 등 1960년대 청주Y의 시작은 한국여성의 삶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소비자보호위원회나 여성문제 상담실을 개설하고 TV모니터단과 의정모니터단을 발족하는 등 시민권익활동에 일찌감치 앞장서서 사회적 발언을 해온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시민알뜰시장 ‘아나바다 장터’와 농산물직거래활동에서 시작된 ‘생활협동조합’운동은 대표활동으로 꼽힌다. 현재 청주Y는 청주여성인력개발센터·서부종합사회복지관·여성종합상담소·모자자립시설 상록수·재가장기요양기관·아이쿱생협 등의 부속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 년을 이어오며 소비문화와 생활문화를 건강하게 유지해 나가고자 노력해온 청주 Y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다.

50년의 역사 속에는 걸출한 활동가들이 있었다. 초창기회원에서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으로 활동을 펼쳐온 신영희 씨는 현재 지역의 대표 여성지도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충북시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여성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창출사업을 벌여온 유영경 씨는 지금 충북 여성정책 수행의 싱크탱크인 충청북도여성발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그간 전분야에 걸쳐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한 전 사무총장 정은경 씨, 사회적기업 ‘생명살림 올리’를 이끌어 오다 현재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혜정 씨 등은 지역 시민사회활동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 1972년 청주YWCA 총회모습.

▲ 2006년 YWCA 전국대회-청주Y의 지도자들.

청주Y ‘다시 청년으로’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1977년 당시 사직동 시외버스터미널과 중앙공원의 간이조립식건물에서 시작한 부녀아동상담소는 이후 가정폭력상담소로, 다시 여성종합상담소로 확대된다. 조규숙 회장은 가정폭력상담소 초대소장을 맡았다.

여성종합상담소장까지 6년간 청주지역의 아동 및 여성폭력의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내공을 키웠다. 조 회장은 남편과 함께 독일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프라이부르크 의대를 수료했다.

이후 그의 이력은 가정폭력 예방과 치유를 주업무로 하는 상담소 일에 의미 있게 쓰이게 됐다. 남편이 충북대학교 교수로 직장을 정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청주로 온 그는 “실제 청주에 정착하게 된 것은 Y를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한창 시작하던 아나바다 활동과 검소하고 헌신적인 회원들이 마음에 들었다. 전화상담 자원봉사로 시작한 상담소 활동도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Y는 하느님이 불러 세운 곳”이었다고 말했다.

청주Y는 최근 몇 년간 오래도록 함께 해온 활동가들이 지역사회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아 자리를 이동하면서 내부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5500명의 회원과 200여명의 활동가들이 움직이는 조직의 활동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50주년을 맞아 세운 목표는 ‘청년운동’이다. 다음 50년을 바라보며 시대의 청년성을 과제로 삼은 것이다.

이혜정 사무총장은 조 회장에 대해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으로, 즐겁게 물 흐르듯 일하는 분”이라며 ‘검소하고 소박하며 막힘없이 소통해 온’ 그가 청년의 꿈을 이끌어 낼 것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공연 전 영상물로 청주 Y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내내 지역의 여성들과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온 활동가와 지도자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청주 여성들의 친구이자 동반자, Y가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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