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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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문란…국정농단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12.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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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제51대 진성여왕이 즉위한 지 몇 년 만에 유모 부호부인과 그의 남편 잡간 위홍이 서너 명의 총애하는 신하가 정권을 쥐고 정사를 마음대로 휘둘렀고, 도적이 벌떼처럼 일어나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근심스러워하여 곧 어떤 사람이 다라니의 은어를 지어 길 위에 던졌다.
왕과 권력을 잡은 신하들이 이것을 손에 넣고 말하였다.
“왕거인이 아니면 누가 이런 글을 짓겠는가?”
곧 왕거인을 옥에 가두었다. 왕거인이 시를 지어 하늘에 호소하니, 하늘이 곧 그 옥에 벼락을 내려 모면하게 해주었다.
<삼국유사 기이 제2 진성여대왕과 거타지 중에서>




제18대 근혜여제가 즉위한지 2년 만에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 윤회와 세 명의 문고리권력이 청와대 밖에서 내통하며 정사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여론을 벌떼처럼 부추겨 인사를 조종하려하니 근심스럽다”는 보고서를 경찰에서 파견 온 행정관이 써서 상부에 올렸다.
권력을 잡은 신하들이 이것을 손에 넣고 말하였던가.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 수준의 글을 지었구나.”
곧 행정관을 경찰로 돌려보냈다. 그 은밀한 보고서가 언론에 제보되니, 세상이 떠들썩했으나 여제는 문서유출만 탓했다.

정윤회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을 중국 후한 말에 권력을 농락한 열 명의 환관, 십상시(十常侍)에 비유한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세계일보에 의해 보도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 진위여부에 따라 정권의 안위를 뒤흔들 ‘국기문란 게이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법당국에 강력한 수사를 주문하며 문건의 외부에 유출된 것이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수사의 방향을 정해준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다. 이에 앞서 국회에서 개헌론이 고개를 드니 대통령이 이를 금하라 했다. 입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발상이다. 삼권분립은 병렬이 아니라 직렬구조가 됐다. 그러고 보니 ‘십상시, 기춘대원군’ 등 청와대를 풍자하는 단어들이 온통 왕조시대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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