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은 ‘OK' 재량사업비 폐지는 ’눈치만‘ 여론악화 자초
10대 도의회 재선의원 3억9000만원, 초선의원 9000만원 사용

충북도의원들이 양 손에 떡을 들고 욕심을 부리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도의원들의 의정비는 대폭 인상됐으나 소위 재량사업비는 계속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충북도 의정비심의위는 지난 11월 26일 2015~2018년의 의정비를 5400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는 13.6%가 인상된 것으로 전국 최고 인상률이다. 충북은 한동안 의정비를 동결해 2009~2014년 4968만원을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금년에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전북 4920만원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가 됐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다소 올려주자는 여론들이 있었으나 너무 과하게 인상했다는 게 중론. 인상뒤에는 전국 9위가 됐다.

의정비 인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훨씬 더 많은 것은 그동안 도의회가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 때문이다. 제10대 도의회가 개원하자마자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의장단을 독식해 절름발이 의회를 탄생시켰다. 이후 여야간 여러 갈등이 노출됐고, 최근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제대로된 감사를 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는 재량사업비까지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자 의정비 인상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2015년 의정비가 대폭 인상된 충북도의회가 재량사업비 폐지를 우물쭈물하고 있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의정비 결정에 앞서 열렸던 주민공청회에서 “적정한 의정비를 결정하더라도 해외연수 등의 감축과 주민·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선심성예산 재량사업비 폐지, 의원행동강령 조례 제정 등에 대해 도의회 차원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의정성과를 정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도민들에게 공지하는 특단의 조치도 취하라고 말했다. 의정비심의위도 이를 받아들여 의정비 인상 전제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이런 전제조건에 대해 의원들이 불쾌해 한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지역여론을 읽지 못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정비 인상됐다고 이걸 폐지?”

시민사회단체들도 쓴소리를 퍼부었다. 충북참여연대는 “제10대 도의회 개원 후 100일이 넘는 의회 파행운영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지방의회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켰다. 도민들의 재량사업비 폐지 요구에는 ‘꼭 필요한 예산’이라며 의원 1인당 3억도 모자라 9천만원을 추가 편성해 사용했다. 경제악화로 서민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200억원을 들여 도의회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등 민심을 외면한 도의회 행보에 도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충북여성살림연대·동네정치여성모임·여성환경연대(준)도 “그간 의정비 현실화 문제와 함께 겸직금지 조항을 요구했으나 이는 이행하지 않고 의정비 인상만 주장하는 것은 전문성 확보와 투명한 의정활동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2012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회 요구를 반영, 위법적으로 편성해온 재량사업비 폐지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법적 근거없이 의원 1인당 얼마씩 나눠주는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충북·강원·충남·전남·제주 등 5개 지자체가 이를 편성해왔다. 얼마전 충남에 이어 충북이 내년 예산에 재량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아 한 때 폐지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도의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는 추경에 이 예산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되면 예산요구를 할 도의회와 이를 실행할 충북도가 함께 싸잡아 지탄을 받을 것이다.

도의회 새누리당은 재량사업비 폐지에 대해 현재 찬성·반대가 엇갈리고 있으나 반대파가 더 많다는 소문이다. 반대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됐다고 이걸 폐지해야 하느냐고 한다는데 재량사업비는 이와 무관하게 벌써 폐지됐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부 의원들이 반대했으나 설득해 폐지찬성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인터뷰 기사 참고) 여야는 오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존폐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재량사업비는 2011년 의원 1인당 4억원, 2012년 이후 3억원씩 지원했다. 그런데 올해는 선거가 있어 제9대 도의원들이 상반기에 3억원을 거의 다 쓰고 나갔다. 이에 초선의원들이 다시 세워달라고 요구하자 하반기에 9000만원씩 추가 지원한 것. 결국 제10대에 들어온 재선의원들은 3억9000만원, 초선의원은 9000만원을 올해 재량사업비로 사용했다. 모두 도민 세금이다.

여야 원내대표에게 대해 물어보니...
임병운 새누리 대표 "의정비 많은 것 아냐···재량사업비 거론할 때 아냐" 
최병윤 새정치 대표 "의정비 할 말 없어···재량사업비는 폐지 찬성"

▲ 임병운 대표
임병운 새누리당 원내대표(청주10)와 최병윤 새정치민주연합 원대대표(음성1)에게 의정비 인상과 재량사업비 폐지문제에 대해 물었다.

임병운 대표는 “의정비는 인상됐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는 충북도의원들이 그리 많이 받는 게 아니다. 개원하고 나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의장단 구성 때 싸워 도민들에게는 매일 싸우는 것처럼 비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의정활동은 정상대로 해왔고, 매일 싸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의정비심의위에서 인상 전제조건으로 4가지를 내건데 대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야 되는 건 맞지만 단서조항을 두는 건 기분나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량사업비 폐지 여부에 대해 묻자 “이 문제를 지금 꺼낼 필요 있느냐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 얘기다. 언론에서 이슈화시켜 폐지하려고 하는데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여야가 심도있게 협의해야지 새정치가 폐지하겠다고 하면 책임은 우리한테 넘어오지 않나”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행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는 주민숙원사업을 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최병윤 대표
한편 최병윤 대표는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명 중 7명이 의정비 인상반대 기자회견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상 반대한 의원들도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할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이를 두고 협의한 건 없다”고 밝혔다. 장선배·연철흠·이숙애·이광희·이의영·황규철·임헌경 의원은 인상반대, 최병윤·이광진 의원은 무대응, 김영주 의원은 인상찬성 입장이었다. 반대파들은 의정비가 인상되자 애매한 입장에 놓였고, 왜 가만히 있느냐는 뒷소리를 듣고 있다.

반면 재량사업비는 지난 11월 27일 폐지쪽으로 모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이 예산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이 있어 왈가왈부 했으나 폐지쪽으로 의견을 통일했다. 꼭 필요한 지역구 사업이 있으면 집행부에 건의하고 문제가 많은 예산은 폐지하자는 게 의원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도 의정비심의위 전제조건에 대해 “위원회가 감독기관이 아닌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불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