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지역 주민 동의 조항 삭제… 청주시 “2곳 이상 신청할 듯” 기대
전문가들 “주민합의 도출은 지자체 의무, 주민들에게 넘긴 꼴” 비난

청주시는 제2매립장 선정을 위한 세 차례의 공모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응모자격 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자칫 주민간 갈등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5일 4차 모집 공고를 냈다. 지난 모집공고와 달라진 점은 응모자격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신청 후보지 입지지역 마을(법정동) 주민등록상 세대주를 대상으로 70% 동의와 신청 후보지 토지소유자 50%이상 매각동의를 얻은 개인·단체·문중대표·마을대표’로 자격을 제한했다.

앞선 3차 공모까지는 ‘신청 후보지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2km 이내에 거주하는 세대주를 대상으로 70%이상 주민 동의와 신청 후보지 토지소유자 70%이상 매각 동의를 얻은 개인·단체·문중대표·마을대표’로 자격을 제한했다.

▲ 청주시가 매립장 부지 선정을 위한 4차 공모에 돌입한 가운데 관심지역으로 알려진 지역에서는 주민간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미원의 관심지역으로 알려진 ○○리 앞 도로, 반대단체에서 현수막을 내 걸었다.
청주시 공개모집 배경은?
이전에는 신청 후보지 관련자(토지주·거주자) 외에도 인근 마을에 사는 이웃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이번 공모에서는 신청 후보지 관련자들만 동의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토지소유자의 동의도 70%에서 50%로 낮췄다. 청주시는 자격요건 완화를 통해 2~3곳에서 신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주시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진지 견학을 진행하면서 매립장을 대하는 인식이 변화했다고 판단하고, 여러 당근책을 통해 신청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이해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자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응모자격 완화는 지자체의 의무를 주민들에게 떠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청주시가 매립장을 설치하면서 공모 방식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도시계획으로 정해놓고 강제로 진행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반발의 강도는 더욱 커져갔다. 여기에 법 제정으로 주민공람, 의견수렴 과정이 필수가 되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광렬 교수(충북대 환경공학과)는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사업추진 일정을 세울 수가 없다. 사실상 공모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단장은 “학천리의 경험이 공모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모를 통해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주민갈등이 가장 큰 이유다. 주민지원기금 등 각종 혜택 또는 토지보상 등의 이유로 매립장 유치를 긍정적으로 고민하다가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변 마을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는 형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염 단장은 “해당 주민만 찬성하고 면 전체가 반대하는 구조다. 매립장 규모가 크고, 수십년간 주변지역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주민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주시가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신청방식을 전환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신청이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이미 이 같은 분위기가 팽배했다.

미원면, 벌써부터 반대서명까지
미원면과 낭성면 곳곳에는 매립장 시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장 A씨는 “매립장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살벌하다”고 지역 분위기를 설명했다. 매립장 설치 반대 현수막을 내건 미원발전추진위원회 김문식 위원장은 “해당 마을에서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동의했고, 인근 낭성면과 함께 매립장 설치를 반대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과 청주시가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주민들의 반대서명도 받아놓은 상태고, 일이 더 진행되면 실력행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이곳이 상수도 미공급 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곳에 매립장이 들어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음용수 문제는 상수도를 공급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입장을 바꿀 분위기는 아니다. 한 주민은 “표면상의 이유야 그렇지만 그 밖에도 청정이미지가 훼손돼 지역 농산물의 상품성이 낮아지고, 땅값도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역 전체에 돌고 있다. 신청지역이 나타난다면 역적으로 몰릴 분위기”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관심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당진·아산 등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 한편 주민설명회를 통해 매립장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일부지역 주민들은 견학 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신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주민간 이해관계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서는 신청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청주시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매립장은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그 당위성과 안정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매립장으로 선정되면 직간접적인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종료일(최소 40년)까지 해마다 최대 10억원이 주민 지원기금으로 지급되고, 50억원을 투입해 주민편의시설과 50억원 이내에서 주민숙원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는 주변영향지역에 대한 지원은 명시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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