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지난달 실시한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 입찰에서 대림산업컨소시엄은 현대건설컨소시엄을 제치고 실시설계 적격자로 결정됐다.

이 사업은 최근 들어 집중적인 홍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 비상홍수 시 여수로를 통해 충주댐 물을 추가 방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이듬해 매미 등 초대형 태풍과 홍수 피해를 겪고 2003년부터 전국 24개 주요 댐을 대상으로 증·개축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24개 댐 중 15개 댐은 완료됐고, 현재 충주댐, 섬진강댐, 주암댐, 운문댐 등 4곳이 증·개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천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이 사업을 벌여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평소 저수된 물을 안전수위로 낮춰 놓으면 치수능력 증대사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주댐은 계획 홍수위 145m까지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이번 치수능력 증대사업이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문제를 취재하자 현재는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수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댐 안정성 확보와 댐 주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물론 천재지변 대비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반드시 추진돼야 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문제는 그래서 시작된 일이면 투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최근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 입찰과정에서 업체 간 담합이 이뤄진 것 같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 사업의 입찰에 참여한 대림산업컨소시엄은 이번 입찰에서 99.6%의 높은 투찰률로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됐다.

수공은 99.6%의 투찰률이 그동안 추진했던 다른 치수능력 증대사업의 낙찰률에 비해 유난히 높은 것에 주목하고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100% 가까운 투찰률을 보였기 때문에 업체 간 담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수공은 공정위 조사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공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결과를 지켜보고, 만약 공정위로부터 업체 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면 재입찰을 할 방침이다.

마치 수공은 이번 업체 간 담합 의혹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당초 2개 컨소시엄이 대결한 이번 설계심의에서 대림산업컨소시엄과 현대건설컨소시엄 간 8.5점 차이가 도출되자 건설업계 안팎에서 수공의 설계심의 위원 구성 자체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견해가 나왔다. 총 5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60%인 30명이나 수공 내부 임원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림산업컨소시엄에는 수공의 자회사인 수자원기술도 포함됐다. 수공이 이번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 입찰과 관련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공정위와 감사기관이 철저한 조사로 한 치의 의혹을 남기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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