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에서 충북참여연대 상임위원장으로 방향전환… 사회변혁 앞장 ‘화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임성재 상임위원장은 지난 9월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선심성 예산, 지방의원 쌈짓돈 의원재량사업비 폐지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최근 충북참여연대는 지방의원들의 재량사업비 폐지를 촉구하고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추진에 이의를 제기했다.

임 위원장은 “상임위원장으로서 회원을 대신하는 일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 자리에 서보지 않았던 낯설음 때문에 어색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사회에 발언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음을 알렸다.

임 위원장은 충북참여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CJB청주방송에 14년간 몸담았다. 대전MBC 재직기간을 포함하면 30여년을 언론인으로 살았다. 많은 지역사람들이 아직 그를 CJB 상무이사로 기억하고 있어 시민단체 대표 활동가로의 변신은 다소 낯설다.

사진/육성준 기자

하지만 80년대 대전MBC 재직시절 대전참여연대 태동기에 회원활동을 한 것과 1988년 대전MBC 노동조합위원장을 지낸 경력을 보면 연결이 된다. “대전참여연대 활동 당시 언론사에 있다는 이유로 옆에서 지원하는 역할만 했다. 충북참여연대도 2000년부터 회원으로 참여해왔다. 참여연대 활동은 미뤄둔 숙제 같은 의미가 있다”는 말처럼 그는 방송사 퇴직 후 시민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참여연대 활동은 미뤄두었던 숙제

임 위원장은 충북참여연대 활동을 시작한 첫 해에 정책위원장을 맡아 일하다가 작년부터 상임위원장으로 충북참여연대의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작년 국정원 대선개입 집회에 이어 올해만 해도 세월호 집회와 우리사회 안전망 점검, 청주대 정상화 촉구 등 꽤 굵직한 사안들이 많았다.

지난 6월 청주 KBS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임 위원장은 KBS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을 지지하면서 참사에 대한 방송의 편파 왜곡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80년대에 몸으로 겪은 언론탄압의 과정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1980년에 방송국에 입사해 88년 노조위원장을 하기까지 도청으로 기사를 검열 받으러 가는 굴욕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87년 전국 언론사가 시위대의 타깃이 됐던 때에 언론노조가 만들어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언론이 본연의 자리를 찾는 일은 그가 자리를 옮겨서도 져야하는 책무가 됐다.

이제 그는 회원 1600명에 6명의 상근자와 올해 설치된 지방의정센터를 포함해 사회인권위원회, 시민조례위원회 등 10개의 위원회가 있는 충북 최대 규모 광역시민단체 상임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움직임에 따라 논평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고, 더러는 항의방문을 가는 등 날마다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는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당시 “잘 아는 방송국 직원들과 언론인을 대면하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나를 보는 사람들이 더 어색해 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방송국 재직시 맺었던 관계 외에 충북에 개인적인 인맥이 많지 않다. 토박이들의 관계가 밀접한 청주에서 사람을 사귀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도 “사람들과 학연 지연으로 매이지 않아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할 말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토박이가 오히려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향은 충남 부여. 그러면서도 인생의 후반기는 청주에서 터를 잡고 붙박이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변신과 함께 시작한 2막 앞에서 설레어 보였다.


회갑기념으로 도보순례 나서

임 위원장은 올해 회갑을 맞아 특별한 여행을 했다. 목적과 일정을 두지 않은 나홀로 배낭여행. 대략 진도를 목적지로 도보순례 길을 나선지 33일 만에 청주로 돌아왔다. 20여일을 걸어 진도에 도착해 팽목항에서 다시 열흘 가까이 자원봉사를 했다. 남아있는 봉사자들과 세탁, 화장실청소, 쓰레기 치우기 등에 일손을 보탰다.

그는 “실종자가족들은 유가족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했다.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함을 마주하니 더 무겁고 먹먹해졌다”며 목적지에 도착해 다시금 길을 잃은 심정을 전했다. 오랜 시간 미뤄두었다가 비로소 엄두를 낸 여행을 마친 후기는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는 것.

임 위원장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청주 낭성면 인경리 자택에는 책이 있는 사랑방이 있다. ‘인경리 작은도서관’으로 부르는 이곳에서 지역사람들과 자유로운 만남을 꿈꾸는 중이다. “지금까지 큰길을 따라 앞을 보고 걸었다면 이제 가지처럼 난 작은 길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작은 길을 찾아 걷는 도보여행과 작은도서관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자신만이 갖는 가벼움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비움’을 향한 발걸음은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고 받아들일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는 지역시민운동가 임성재. 묵묵히 걸어 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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