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21일 총파업으로 47개 학교 급식 차질…왜 파업했나
노조 “충북만 밥값 문제 해결 안 돼, 총파업 여지남아”밝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다룬 영화 <카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반찬 값 벌러 왔으면 됐지 뭘 더 요구하느냐”고. 학교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별 반 다르지 않다.

우시분 씨는 2001년부터 청주시내 한 중학교에서 급식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한식관련 자격증을 따고 면허까지 낸 그는 조리원들을 관리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정규직 조리사와는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그는 노조에 가입했고, 이번 총파업에도 동참했다.

우 씨는 “처음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쯤 일이 끝나는 일이 참 좋아보였다. 막상 와보니 노동 강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도 심했다. 무엇보다 매일 20kg쌀을 수시로 들고 나르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 일이 없으면 병원을 간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차리는 밥상은 ‘미친밥상’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150명의 밥상을 한 사람이 차리고 있다. 다들 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한다. 정상적인 과정으로 차려진 밥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20일과 2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이뤄졌다. 학교에선 60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 가운데 충북에서는 54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에 파업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우리들은 ‘미친밥상’을 차린다


지난 20일과 2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의 총파업이 이뤄졌다. 학교에선 60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 가운데 충북에서는 54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에 파업했다. 노조원들 중에는 급식관련 업무를 맡은 조리사, 영양사, 조리원들이 가장 많다. 도내에서는 급식종사자 280여명을 포함해 비정규직 조합원 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충북에서는 도내 408개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480개교 가운데 47곳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졌다. 이들 학교 중 40곳은 빵과 우유 등으로 점심을 대체했다. 3곳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했고, 나머지 4곳은 외부 도시락 등을 제공했다. 일부 학생들은 컵라면이나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하기도 했다. 학비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정액점심급식비 월 8만원 지급 △장기근무가산금 상한 폐지 △ 맞춤형 복지 △ 명절휴가비 정규직과 동일지급 △상여금 정규직과 동일지급 등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점심값을 따로 제공받지 못한다. 점심값 실수령액은 7만원 7000원이다. 정규직은 매달 13만원의 점심값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학비노조는 실수령액인 8만원을 보장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

단,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급식관련 종사자들은 따로 밥값을 내지는 않고 있다. 특수한 환경인지라 식사는 제공되고 있지만 이들은 밥값을 별도로 주면 그 돈을 밥값으로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밥값에 드는 예산 45억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미경 충북지부장은 “정규직은 실수령액(8만원)보다 5만원 더 많은 13만원을 받고 있는데 비정규직은 자기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실수령액만 달라고 하는 거다. 그럴 경우 예산이 45억 정도 든다. 다른 지역도 점심값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충북만 아직까지 확답을 받지 못했다. 12월 초까지 답변을 기다리고 난 뒤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면 파업을 다시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미 강원, 대전, 충남, 광주, 전남 등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점심 밥값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더 나아가 세종시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도 정액급식비 월 8만원 지급, 장기근무가산금 상한 폐지, 정액 성과금(성과상여금) 연 4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세종지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단체 교섭은 9월에 잘 마무리가 됐다. 임금교섭은 11월 5일, 13일, 17일 진행됐는데 현재는 결렬돼 노조 측이 파업을 한 것이다. 아직까지 충북은 교섭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각 시도 교육청마다 예산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논의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지원한다, 안 한다 잘라 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우 씨는 “파업기간 아이들이 밥 못 먹는 것은 급식 종사자로써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 파업에 나가지 않은 조합원에게 한 학생이 찾아와 다들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하는 데 왜 나가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린 조합원은 둘째 날에는 파업에 동참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 이 현실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은 배울 게 많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는 엄청 치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파업에 동참하려고 하면 꼬투리를 많이 잡는다. 또 지레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혹시 우리 딸이 임용고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파업에 나오지 않는 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급식노동자를 비롯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해마다 한 차례씩 일어났다. 2012년엔 4개 학교에서 2013년엔 40개 학교, 2014년엔 47개 학교로 급식 종사자들의 파업학교도 마찬가지로 늘어나고 있다.

남성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1년에 하루 이틀 점심 싸는 게 뭐 대수냐. 아이들이 오히려 서로 먹을 것 각자 싸오기로 했다고 좋아하더라. 물론 점심 준비하는 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인지도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 반대의 의견도 많다. 일부 학부모단체와 학교운영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당장 아이들의 급식을 갖고 어른들의 밥그릇을 챙기지 말라”라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150명당 1명의 조리사 배치기준 이번에 바뀔까
도교육청, 관련 연구용역 1월에 결과 발표

충북 급식소 종사자 한 사람이 보통 150명분의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 지난 9월 충북학교급식 조리종사자 정책 토론회에서는 “충북학교급식 조리종사자는 어깨, 다리, 허리 목, 팔 등에 통증을 호소했는데 이는 근골격계질환 유병률이 높은 자동차제조업, 자동차부품제조업, 지하철정비직과 비교해 봐도 높은 수치다. 1인당 급식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근골계질환의 위험도가 급격이 높아지고 있다. 1인당 급식 인원 조절이 급선무다”라는 결론을 냈다.
충북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서 학교현장을 전수조사하는 용역을 진행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10월에 용역을 시작해 내년 1월 쯤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용역을 통해 밝히고, 해결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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