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칠월의 태양은 작열하는데 죽지 부러진 폐 계 같은 몰골의 연송이 쇠 지팡이에 의지 한 체 무거운 그림자를 물위에 뉘였다. 속리산 계곡마다 솟아난 샘물이 만나고 만나서 이젠 제법 여울 잔잔한 냇물이 된다. 우리는 연송 옆 개울둑에 신발을 벗어 놓았다.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동지섣달 맨발로 물을 긷고 보니 짚신 삼아 주던 시아버지가 새록새록 그리워지더라는 속담처럼 이 개울에서 떠나간 그리움을 찾으려 함은 아니다.
좀 망설이다 구경하는 양 말을 건네며 다가갔다. 그런데 00을 하는 사람 바로 발 옆(전에 보았던 그 지점)에 수달의 배설물이 있었다. 말을 할 수도 없고 그 사람이 발을 옮겨 놓을 때 마다 애를 태우다 아무래도 밟을 것 같아 부탁을 하였다.
“이 배설물 좀 밟지 말아 주 세요.” “뭐요 이게 뭔 똥인 데요.” “아 생태 조사 중 인데 무슨 똥인가 사진을 찍고 조사 좀 하려 구요.”
운 좋게 이미 다른 곳에서 수달 배설물을 보았기에 김 부장만 카메라를 가져오라 하여 촬영하고 배설물은 돌에서 떼어내 물에다 버렸다. 큰물 나간지가 십여 일 뿐이 되지 않았는데 물가에 배설물이 있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수달이 살고 있는 증거다. 그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는데 더 이상 배설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 수달똥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라이터와 함께 찍었다.
아무래도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지역은 부근에 배설물이 몇 군데 있었고 수달이 먹다만 붕어 머리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야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배설물을 물에 띠우며 다짐을 하였다. 수달 똥 보았다는 자랑을 하지 말며 이곳을 기억 하지도 말자고.
백두대간의 속리산 문장대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묘봉. 삼학봉. 이루고, 충북 산외면 산막리와 경북 용화로 넘나드는 고개가 된다. 다시 뻗어내려 신성 봉으로 솟았다가 청원군과 보은군의 군계를 이루며 이어져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에서 넓은 모래 벌을 이루고 물로 든다.
달천은 그 산자락을 따라 대략 서북쪽을 향하다가 이곳 봉황리에 이르러 모래 벌을 180도 한 바퀴 돌아 청원군 미원면으로 흘러들며 산의 반대 자락을 따라 동쪽으로 흘러간다. 봉황리 홈페이지에는 모래부리에서 미원 면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삼남대로(三南大路)가 통하는 길목으로 고개 마루에 고목의 살구나무가 있어 살구 재라 하였다하는데 이제 19번 국도의 4차선 확장 및 선형변경으로 터널을 뚫는다.
스님들은 작은 미물이라도 밟혀 죽을까 짚신을 신고 지팡이를 울리며 걷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런 수도승도 아니니 전 구간 을 맨발로 걷지 못하였다. 중간 중간 고운 모래밭이나 자갈 둥근 곳에서 맨발이 되어 보았다. 그래도 내 한 발 마음 놓고 옮겨 놓기가 쉽지 않았다.
경치 좋은 곳 마다 버리고 간 상한음식물. 깨진 유리조각. 장마에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 그리고 바위하나 나무하나 돌아서면……
진작에 알았다면 충청리뷰 지면으로 먼저 모셨을텐데...
맛갈지게 얘기를 풀어가시는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나중에 생태탐사작가 김학성의 '나의 생태문화탐사기'를 발간하셔도 되겠습니다.
먼 일정 건강하시구요, 지치지않는 필력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