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오전 9시 30분.

 하늘은 맑고 칠월의 태양은 작열하는데 죽지 부러진 폐 계 같은 몰골의 연송이 쇠 지팡이에 의지 한 체 무거운 그림자를 물위에 뉘였다.
 속리산 계곡마다 솟아난 샘물이 만나고 만나서 이젠 제법 여울 잔잔한 냇물이 된다.
우리는 연송 옆 개울둑에 신발을 벗어 놓았다.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동지섣달 맨발로 물을 긷고 보니 짚신 삼아 주던 시아버지가 새록새록 그리워지더라는 속담처럼 이 개울에서 떠나간 그리움을 찾으려 함은 아니다.
 
▲ 수서동물을 관찰하는 모습 오늘 함께한 9명(김학성, 김도현, 권은숙, 최 선, 김경중, 이미양, 연정미, 이미숙)이 수서식물. 수서곤충과 어류. 수질. 팀으로 나누고 조류와 포유류는 함께 하기로 하였다. 물은 비교적 맑은데 수서 식물은 마름도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는 피라미. 붕어, 버들치, 갈겨니, 종개, 모래무지, 참마자, 돌마자, 동사리, 돌고기 등이 채집되었다. 수서곤충은 깔다구가 있었으며 조류는 보이지 않고 배설물도 없었다. 1시 35분 내속리면 북암리 마을 앞 둥구나무 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마을 할아버지 세분이 다가와 어지럽히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그 중 한분이신 김혹덕(76세)옹에게 말을 건넸다. 김 옹은 이곳에서 자랐다고 하였다. “이곳에 무슨 물고기가 많이 잡히나요?” 선뜻 대답이 없으시다. 다시 질문을 드렸다. “전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고기가 많지요” “그려 ! 음~ 꺽징이(꺽지), 퉁바구(퉁가리), 수수미꾸리(새코미꾸리), 똥미꾸리(미꾸리), 가새피리(쉬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읍써. 새뱅이도 읍구 징게미도읍써 그리고 옛날에는 뱀장어가 많았었는데 땜을 막어서 못 올라 온댜” “속리에 사람이 쪼금 살 때는 이 물이 참 말것는대~ 폐수 처리장을 햇다구 해두 중태미(버들치)도 없어지구 메기도 읍써 쬐그만 굴메기(미유기)는 더러 있다구 하더라구” 바위 밑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이곳에서 2년 전 수달의 배설물을 발견하고 적외선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몇 밤을 엿보았었다. 몰래 훔쳐본다는 것 참 흥미 있는 일이다. 지금도 몰래 카메라니 훔쳐보기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음이 배어나며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한 사십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인가 보다. 우리 집에서 두 집 건너 샘 안집에 나보다 다섯 살 위인 원철이 형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었다. 그러니 그 집이 중학생들부터 국민학교 3-4학년 조무래기들까지 아이들 마실 방이었었다. 원철이 형이 워낙 마음이 좋아 어린 나도 그럭저럭 낄 수가 있었다. 모여 앉으면 책을 이등분한 종이를 가지고 구삥이나 섯다를 하며 쪼이고 때리는 재미로 밤과 낮을 보냈다.그러던 그 겨울에 동래에서 가장 상노인인 원철이 할아버지가 장가를 간다고 하여 동래 화제가 되었다. 얼굴이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오던 날 우물가에서 동래 아주머니들이 킥킥거리며 “두 노인들이 무엇을 할지 궁금하다는 둥” “그러면 가서보라는 둥” 하는 쑤군덕거림을 주어 들었다. 뭐 엄청난 구경거리가 있나 보다싶어서 그날 밤 서너 놈과 고샅으로 난 창문에 들어붙어 엿을 보았다. 가물거리는 호롱불 밑에서 할머니가 먼저 저고리를 벗고 쪼글쪼글 한 젖가슴을 내놓고 할아버지도 저고리 벗고 위 내복을 벗었다. 그리곤 화로불가로 다가앉아 인두로 화로 불을 헤집더니 이를 잡았다. 엄청난 것을 본양 자랑을 하였더니…… 2년 전에도 애로하게 이를 잡아 주거나 털 고르기를 해주는 수달을 엿 보거나 먼발치라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었다. 그래도 아직 까지 이곳에 살고 있을까? 기대를 하며 다가가니 부근에서 몇 사람이 00을 한다. ▲ 수달의 배설물
좀 망설이다 구경하는 양 말을 건네며 다가갔다.
그런데 00을 하는 사람 바로 발 옆(전에 보았던 그 지점)에 수달의 배설물이 있었다.  말을 할 수도 없고 그 사람이 발을 옮겨 놓을 때 마다 애를 태우다 아무래도 밟을 것 같아 부탁을 하였다.

 “이 배설물 좀 밟지 말아 주 세요.”
“뭐요 이게 뭔 똥인 데요.”
“아 생태 조사 중 인데 무슨 똥인가 사진을 찍고 조사 좀 하려 구요.”
 
  운 좋게 이미 다른 곳에서 수달 배설물을 보았기에 김 부장만 카메라를 가져오라 하여 촬영하고 배설물은 돌에서 떼어내 물에다 버렸다.
 큰물 나간지가 십여 일 뿐이 되지 않았는데 물가에 배설물이 있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수달이 살고 있는 증거다. 그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는데 더 이상 배설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 수달똥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라이터와 함께 찍었다.
 아무래도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지역은 부근에 배설물이 몇 군데 있었고 수달이 먹다만 붕어 머리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야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배설물을 물에 띠우며 다짐을 하였다. 수달 똥 보았다는 자랑을 하지 말며 이곳을 기억 하지도 말자고.

 백두대간의 속리산 문장대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묘봉. 삼학봉. 이루고, 충북 산외면 산막리와 경북 용화로 넘나드는 고개가 된다. 다시 뻗어내려 신성 봉으로 솟았다가 청원군과 보은군의 군계를 이루며 이어져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에서 넓은 모래 벌을 이루고 물로 든다.
 
 달천은 그 산자락을 따라 대략 서북쪽을 향하다가 이곳 봉황리에 이르러 모래 벌을 180도 한 바퀴 돌아 청원군 미원면으로 흘러들며 산의 반대 자락을 따라 동쪽으로 흘러간다.
 봉황리 홈페이지에는 모래부리에서 미원 면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삼남대로(三南大路)가 통하는 길목으로 고개 마루에 고목의 살구나무가 있어 살구 재라 하였다하는데 이제 19번 국도의 4차선 확장 및 선형변경으로 터널을 뚫는다.

 스님들은 작은 미물이라도 밟혀 죽을까 짚신을 신고 지팡이를 울리며 걷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런 수도승도 아니니 전 구간 을 맨발로 걷지 못하였다. 중간 중간 고운 모래밭이나 자갈 둥근 곳에서 맨발이 되어 보았다. 그래도 내 한 발 마음 놓고 옮겨 놓기가 쉽지 않았다.

경치 좋은 곳 마다 버리고 간 상한음식물. 깨진 유리조각. 장마에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 그리고 바위하나 나무하나 돌아서면……


* 跣 훈음 : 맨발 선
뜻풀이 : ㉠맨발 ㉡맨발로 다니다

/ 김학성 시민기자는 충북환경운동연합의 상임대표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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