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학 비리의 상징적 인물인 김문기(82)씨가 총장을 자임하고 나서는 등 상지대가 학내 분규에 휩싸인 지 석 달 만에 교육부가 특별 종합감사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1993년 문민정부 사정 1호로 꼽혀 교육부 감사와 검찰 수사로 퇴출됐던 김문기씨는 21년 만에 학교에 복귀했으나 교육부의 고강도 감사를 견디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상지대 교수·학생·직원 등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철저한 감사와 엄중 문책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학교법인 상지학원과 상지대가 제출한 대학 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결과 “대학 운영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보이지 않아 관할청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24일부터 사학감사담당관실 등 10명이 넘는 감사반원을 투입해 2주 동안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이 정도 규모의 감사인력 투입과 감사기간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부가 상지대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상지대 이사 9명 가운데 임기가 끝난 이사 5명의 승인을 거부하고, 김문기씨를 설립자라고 바꾼 정관도 “대법원 판례 및 사립학교법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본래대로 되돌리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의 이사 연임 승인 거부로 남은 이사는 상지대 이사장 직무대행인 변석조씨뿐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처는, 교육부의 정상화 요구를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면 거부하고, 대법원 판결조차 깔아뭉갠 김문기씨 쪽을 상대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010년 8월 김문기씨의 둘째아들 김길남(46)씨 등을 이사로 복귀시키고 김길남씨가 올해 3월 이사장으로 ‘세습’했을 때, 이런 사태를 우려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김문기씨가 8월14일 총장에 임명되자 비판과 반발이 거세게 일었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8월22일 김씨의 총장 사퇴를 촉구한 뒤 지금껏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사학 비리로 대학을 고통에 빠뜨린 당자사가 대학 총장에 등장하는 ‘비정상’ 사태에, 상지대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 등 구성원들은 “총장 사퇴, 비리재단 퇴진, 이사 전원 해임” 등을 촉구하며 수업 거부, 농성, 집회 등으로 맞서왔다. 김문기씨 쪽은 징계 등으로 이들을 억누르고, 김씨 측근은 총학생회 동향 정보를 챙기다 ‘도청·학생 매수’ 의혹에 휩싸였다.

사태 개입에 소극적이던 교육부가 ‘특별 종합감사’라는 이례적 강수를 들고나온 배경엔 김문기씨 쪽의 ‘제 발등 찍기’도 작용했다. 김씨 쪽은 학내 분규 악화를 “교육부와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고 “사학운영 자율권을 박탈하고 도의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을 요구한다며 교육부를 비난하는 등 안하무인 격의 행보로 일관했다. 김문기씨가 상지대 부총장에 임명한 조재용 교수는 이날 교육부의 특별 감사 방침에 대해 “교육부 발표를 확인한 뒤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교육부 방침을 반기면서도 감사 범위와 수위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3년 김문기씨 퇴출 이전에도 교육부가 감사에서 봐주기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전례가 있어서다. 교수·학생들은 ‘늦었지만 교육부 조처를 환영한다’며 ‘제대로 감사해 상지대를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 쪽의 직위해제 조처에 맞서 1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정대화(58) 교수는 “만시지탄이지만 상식에 비춰 당연한 결정”이라며 구성원들과 논의해 단식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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