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대 청주산남주공아파트 관리소장, ‘함께그린세상 콘테스트’ 대상 수상 이유있네

지난 6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1층 상상마루 컨벤션홀에서 ‘2014 함께그린(Green)세상 콘테스트’가 열렸다. 지속가능한 녹색청주 실현을 위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한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택관리공단 청주산남 2-2단지가 대상을 수상했다. 영세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 마을의 개념을 도입하고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주 산남 2-2단지의 마을프로젝트를 실현해 온 배상대(46) 관리소장은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주민이 많다. 청소년들은 버스를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기도 한다”며 입주민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과제였다고 말했다.

206동에서 209동까지 총 776세대가 거주하는 산남 2-2단지는 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장애인 등 밀착 보호가 필요한 입주자가 많다. 특히 독거노인세대는 단지 내에 200세대가 넘고 소년소녀가장 가구도 20세대에 이른다. 산남동 영구임대아파트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2-1과 2-2로 관리동이 나뉘어 있는데, 2-2단지는 세대수가 적고 복지관 같은 주민복지시설이 없어 아파트관리소가 주민생활복지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곳은 93년에 입주해 낡고 슬럼화 됐다. 인근 주민들은 우리 단지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자녀를 단속하기도 한다. 노인들은 집에서 문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배 소장은 2년 전 이곳에 부임하면서 주민의 거주 환경이 열악하고 침체된 현실을 개선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노인 정서안정을 위한 ‘텃밭상자 가꾸기’. 관리소 옆 자투리공간에 기증받은 텃밭상자를 설치하고 계절에 따라 쌈채소와 옥수수, 고구마, 감자, 열무, 배추 등을 심었다. 관리소 직원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지역청년모임인 ‘수곡동사람연대’에 동참을 요청했다. 그러자 오가다 훈수를 두거나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피는 주민이 늘어났다.

노인 정서안정 위해 텃밭가꾸기 시작

수확한 작물은 장터를 열어 주민들과 나눴다. 채소에는 100원이나 200원의 가격을 매겨 후원금 형식으로 구입하도록 했다. 공동으로 재배한 의미와 작은 금액이지만 필요한 곳에 쓰일 기금을 모으는 일에 동참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렇게 해서 텃밭상자는 단지 내 유휴지 200㎡를 활용한 ‘도시텃밭’으로 발전했다. 현재 20여명의 주민이 도시농부 회원이다. 작물재배에 품으로 혹은 말로 거드는 주민들이 늘면서 텃밭 주위에는 어디선가 가져온 의자들이 놓였다. 노인들이 마당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재배한 배추로 김장담그기 공동행사를 열고 독거노인세대에 김장김치를 나눴다.

배 소장은 주민에게 유익한 사업을 고민하면서 지역기관을 살펴 협력제안을 해왔다. 다사리장애인학교에는 입주민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마을사업을 함께 하게 됐다. “아파트 입구 빈 벽에 타일로 문양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작업을 했다.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어서 그런지 좋아들 하신다.”

‘나와는 좀 다른 이웃과 함께 마을 가꾸기’

한편으로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관리소 직원들의 일이 자연스레 늘어나겠지만, 텃밭을 오가며 주민과 인사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배 소장은 “지금 도시텃밭을 가꾼 자리는 이전에 쓰레기와 빈병이 뒹구는 버려진 공터였다. 작물을 재배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거주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주취자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관리직원들에게도 주민들의 밝아진 마음이 전해졌을 것으로 보였다. 청주와 증평, 제천 등지의 임대아파트에 순환 근무하는 주택관리공단 직무의 특성상 도시의 취약층 주민과 동고동락하는 직원들의 자존감도 주민 못지않게 중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나와는 좀 다른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마을 가꾸기’가 이번 콘테스트에 낸 참가제목이다. 도시텃밭 이외에도 주민문화제, 에너지 절감과 쓰레기 감축을 위한 노력, 초록마을 조성을 위한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 등 다양한 산남 2-2단지 주민프로그램이 소개된 패널에는 ‘2014 함께그린(Green)세상 콘테스트’ 참가자들이 현장 투표한 별점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었다. 수상 직후 아파트 입구에는 대상 수상 소식이 큼직하게 내걸렸다. 보는 사람의 자존감도 높아지는 듯 했다.

배 소장은 청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지인들 또한 지역 곳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을 이웃이자 친구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남동 영구임대주택에 살던 친구도 있었고, 2-1단지에 근무한 경력도 있다.

“처음에는 주취자가 많고 쓰레기와 오염물 관리가 안되는 주민생활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과 만나고 스킨십이 늘면서 이곳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의 눈빛에는 주민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배 소장은 “입주민들이 아쉬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소망이라며 활짝 웃었다. 산남 2-2단지 관리소 뒤 편, 김장을 기다리는 텃밭의 튼실한 배추들을 바라보며 평상에 앉아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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