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얼마전 출간된 책 ‘함께가자 NGO’는 충북지역 12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삶을 담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인물사진을 담당했다. 당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이들에게는 뭔가 신들린 표정이 나올 것 같았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때 그 때 마다 새로운 표정을 담아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려 놓은 그림은 예상과는 빚나갔다. 그

들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았고 때론 로맨틱한 사랑도 나눴으며 따뜻한 가정도 이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직업적 사명감만큼은 그 누구보다 투철했다는 점, 그리고 가족이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남을 비판하고 평가할 때가 많으며 불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인 시련과 고통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그러한 것을 담고 싶은 생각은 차츰 멀어져 갔다. 그저 우리와 똑같은 우리네 가까운 형, 동생 같은 평범한 이웃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들은 참 밝았고 가끔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본업을 잊은 채 넋이 나가 한참을 듣기도 했다. 뭔가 색다르게 내면을 드러내는 예술적인 앵글을 고민했던 필자에게는 그러한 그림이 몽상에 불과했다고나 할까? 험한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목 놓아 외친 이들의 관상만이 뇌리에 깊게 박힌 결과였다.


‘20대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요 50대 얼굴은 공적이다’ 디자이너 코코샤넬의 말처럼 이들의 얼굴은 역동적이었고 살아온 삶은 그대로 표정에서 드러났다. 사진을 고르다 보니 호소력 있게 표현하는 손짓과 표정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미소 띤 표정이 주를 이룬다.

또 하나 공통적인 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웃는 주름이 참 고왔다는 사실이다. 꼭 모든 인물사진에서 웃는 사진이 정답은 아니지만 역시 웃는 사람은 다 예쁘다. 문득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온 세상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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