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의료사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수 신해철의 죽음. 잘잘못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테지만 한 사람의 죽음에 이토록 시선이 가는 것은 그의 죽음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신해철이 유명가수이기는 하지만 신해철의 음악이 범 대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5일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일반인 조문객 등 1만 6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무엇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죽음을 애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가 단순히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진지한 물음을 던진 철학가였고, 세상을 바꾸려던 활동가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질타하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라고 주문했다.

신해철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주변에서도 벌어졌다. 진천군 소재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1학년 김 모양의 죽음이다.

김 양의 죽음은 지난달 30일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공개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 양의 죽음이 학교당국의 무관심 혹은 강요―도교육청의 조사가 진행 중―때문이라고 판단한 아버지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양은 지난 6월 인터넷사이트에서 만난 일반인 2명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공개된 당시 SNS기록에는 학교에 입학해 죽기 전까지 700마리의 쥐를 죽였다는 김양의 고백이 쓰여 있었다.

김 양의 아버지는 “딸이 고교 입학 후 ‘씨크릿 가든’이라는 창업동아리에서 래트라고 불리는 쥐를 사육하고, 죽여서 포장하는 활동을 하면서 줄곧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학생들이 살아있는 쥐를 죽여 냉동포장해 돈벌이를 했고, 이 수익금이 학교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학교 관계자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학업의 연장선이라며 “바이오제약과잖아요. 그래서 그걸 가르쳐요”라고 당당히 밝혔다.

해당 동아리는 창업동아리로 지도교사는 새로운 돈벌이, 돈 버는 방법은 가르치면서도 생명윤리는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는 실험동물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위령제를 지내고 위령비를 세우는 세상인데도 말이다.

신해철은 우리나라가 천민자본주의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라고 묻는다.

신해철은 4년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영국의 시민의식을 소개하며 “걔네는 상류층이 되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에 대해서 천박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욕망이 없으면 정신이 썩은 놈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천민자본주의 중에서도 가장 쌍스럽고 천박하면서 거기에 겁먹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이 세상에서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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