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용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 오병용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원치 않는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으면 달갑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기쁨은 나누면 나누는 만큼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나누는 만큼 줄어든다’는 속담 때문에 나누고 싶은 것인지, 전통적 습성인지, 많이들 알리고 싶어 한다. 최근 들어 회갑연을 비롯한 칠순, 팔순, 제사에 대한 문화는 많이 바뀌었고 바뀌는 추세지만, 아직도 결혼식에 청첩장을 남발하거나 상례(喪禮)에 친소관계 구분 없이 전화기에 입력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상호부조(相互扶助)는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이며, 계승시켜야 할 전통이다. 그러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는 바뀌게 마련이다. 농경, 씨족사회의 문화와 정보산업사회의 그것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전통적인 장례와 제사문화는 농경사회에서나 가능한 풍습이다. 초하루와 보름의 상식은 물론 대·소상과 제사에도 동네사람들과 원근(遠近)의 친인척이 함께 했다. 그러나 요즘은 3년 탈상에서 1년 탈상으로, 거기에서 다시 100일 탈상, 삼우제에 탈상을 함께 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관혼상제 중에 변화의 속도가 더딘 것이 결혼문화가 아닌가 한다. 후퇴도 하고 있다. 산골마을에 살던 어렸을 적에 엄마가 정성스레 기정떡을 만드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보았다. 깨끗하고 포실한 기정떡이 완성되면 막내아들인 나를 비롯하여 가족 누구에게도 주지 않으시고 누구네 집인가로 이고 가신다.

그러면 그 집에 혼인이 있었고, 엄마는 장기(長技) 중에 하나인 기정떡으로 부조(扶助)를 하셨던 것이다. 당시의 문화는 그랬다. 어느 집에 잔치가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필요한 품목을 하나씩 나누어 책임지는 부조문화였다. 그리고 결혼식으로, 마을축제로 이어졌다.

요즘 결혼식은 요식행위이며, 과시이고, 의례적인 눈도장 찍기인 경우가 많다. 혼주(婚主)는 자기과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고, 초청 받은 사람은 의례적인 눈도장만 찍고 바로 식당으로 향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결혼식이 많이 겹칠 때는 식장과 식당이 복잡하여 모처럼 만난 일가친척들이 함께 식사나 대화는커녕 눈길한번 마주치기도 힘든 복잡함이 연출되기도 한다.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가? 결혼식 직접비용이 점점 늘어가는 걸 보면 혹여 결혼관련 업체를 위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살면서 결혼식 사진이나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았나 생각해보자. 그것도 서너장면의 사진이었던 것이 지금은 공식적인 것만 10여장 이상이다. 이벤트의 종류도 늘어만 간다. 모두 잠깐의 기분을 위한 낭비일 뿐이다.

최근 의미 있고, 특색 있는 결혼문화도 있다. 정말 축하해 주고 싶은 사람들만 제한 초청하여 모두가 덕담을 나누고, 돌아가며 노래도 하는. 어떤 결혼식은 대 여섯 시간 축제를 연출하기도 한다.

내 결혼식 때다. 선친(先親)께서 기억에 있는 모든 사람들, 봉투를 했던 옛날기억을 찾아서 청첩을 하려고 하실 때, 이렇게 말씀드렸다. “청첩을 받고 진정 기뻐하고, 축하해 주고 싶은 사람들만 골라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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