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기적의도서관 정창순 관장… “퇴임 후 ‘책읽어주는 할머니’로 살겠다”

청주시 수곡동에 위치한 기적의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았다. 오는 9일 청주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10주년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청주기적의도서관’은 2004년 7월 청주에 첫 어린이 전용도서관으로 개관한 이후 어린이와 부모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역에 뿌리내렸다. 10년 전 TV프로그램에서 독서환경을 개선하자는 홍보를 펼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됐다. 일반 공공도서관 건립과는 차별화 된 배경이다.


지금까지 전국 11개관이 건립된 ‘기적의도서관’은 민관 협력 공공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정창순(64) 관장은 2009년에 취임해 현재까지 청주기적의도서관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역에 생소한 어린이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 도서관·어린이·독서문화·가족·공동체 등 지역사회 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적의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12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아쉬움도 클 것으로 보였다.

“관장을 맡고 제일 먼저 ‘기적의도서관’ 설립취지와 목적을 읽고 또 읽었다. 공감 가는 내용들로 가득해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 관장은 도서관을 찾아오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주목했다.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돌봄교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외계층 독서지원프로젝트를 찾아 신청하고, 도서관에서 강좌를 수강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찾아가 독서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기적의도서관’은 설립취지 첫머리에 모든 어린이가 밝게·바르게·자유롭게 자랄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공공의 도서관이 어린이를 지키고 건강한 성장을 도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 관장은 청주시에서 30년 이상 공직자로 근무한 바 있다. 시민의 생활을 손금 보듯 살펴온 것과 기관운영·예산운영·지역사회네트워크 부분에 탁월한 경력이 청주의 어린이들이 평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일에 쓰이게 된 것이다. 공인으로서 그에게 남은 과제이자 기회이기도 했다.

“6년의 보람, 공직 30년과 견줄만해”

정 관장은 “수곡2동 동장 재직 때도 ‘70세 이상 어르신 동극단’, ‘실버 뮤지컬극-살짜기 옵소예’ 등 지역 어르신들과 알콩 달콩 재미있는 활동으로 이야기 거리가 많았다”며 활짝 웃었다. 동장으로서 지역 노인의 실태를 파악하거나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교류하며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마음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공직생활 중 대부분 여성부서에서 근무하며 지역 여성단체나 주부전문인클럽들과의 관계를 이어왔던 것도 그의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과 사회참여의식에 영향을 줬다.

“경력단절 여성의 현실과 욕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성장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에 도서관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처럼 ‘기적의도서관’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동아리활동이나 강좌를 통해 배운 것들을 환원하는 재능기부와 자원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역 예술인과 교류하거나 도서관 활동가들이 지역을 찾아가는 경험은 고스란히 개개인의 역량으로 축적된다. 동화구연가나 독서지도사, 그림책연구 등 전문인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사람들도 다수다.

정 관장은 “6년간의 ‘기적의도서관’활동에 보람과 애정을 느낀다. 공직 30년과 견줄 만하다”고 말했다. 힘을 합쳐 사람들과 어울려 해내는 보람이 크다보니, 할 일이 계속 많아지는 것이 힘들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관장은 도서관 이용자들과 함께 책모임에 참여하고 책읽어주기 봉사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 “퇴임 후에도 그림책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그림책은 어린이책을 넘어서는 매력있는 장르다”라며 책읽어주는 할머니로 정년 없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항상 나직하고 간결하게 얘기하며 어지간한 일에는 소리를 높이지 않는 차분한 모습에서 그의 외유내강형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중간 중간 수줍고 웃음 많은 토박이 소녀감성을 만나는 것은 그와 대화하며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옥산에서 태어나고 청주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하며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살아온, 친근한 이웃이자 선배이고 어른인 정 관장의 퇴임이 아쉬운 부분이다.

청주기적의도서관 개관 10주년 기념행사와 축하공연이 9일 오후 2시 40분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청주기적의도서관’과 ‘정창순 관장’, 보다 깊게 만나고 즐기지 못한 지난 시간의 아쉬움도 두 배, 설레며 새로운 내일을 응원하는 마음도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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