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문화적 충격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두 돌이 간신히 지나 보이는 어린 아이가 두발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린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는 한 손으로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책장을 넘기며 자전거를 탄다.

그러고 보니 세 발 자전거를 보지 못했다. 이곳 아이들은 세 발 자전거 대신 두 발을 땅에 디딘 채로 페달이 없는 자전거를 탄다. 걸음마를 갓 뗀 정도의 아이들이 이 자전거를 탄다.

세계 환경수도라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목격한 모습이다. 자동차는 도심에 진입할 수 없고 친환경적인 자전거가 이동수단으로 대체된 모습은 가히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대부분의 건물, 아니 거의 전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했다. 모든 건물에는 태양열 전지가 설치돼 있다. 건물 외벽에는 단풍이 짙게 물들어 있어 더 아름다웠던 담쟁이 넝쿨이 감싸고 있다. 담쟁이 넝쿨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여름에 열을 차단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노면전차인 트램이 다니는 길 위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는데 이 또한 도시의 열섬효과를 차단한다고 했다. 도심 곳곳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허투루 낭비하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예상하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정작 예상치 못한 장면이 있었는데 가끔식 각 가정에 붙어 있는 노란 현수막이 그것이다.

멀리서 봤을 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연상되는 이 현수막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된 내용이다. “후쿠시마는 남의 일이 아니에요”라거나 “어느 곳이든 후쿠시마가 될 수 있다”거나 “후쿠시마의 비극은 역사속으로” 이런 정도의 내용들이 적혀 있다.

후쿠시마와는 지구 반 바퀴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 독일 사람들이 저렇게 까지 후쿠시마를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현지 프라이부르크 시민은 이런 질문을 하는 필자를 더 이상해 했다. 한마디로 “그걸 몰라서 묻니?”라고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의 고리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필자에게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위협으로 느끼는지에 대해서 물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걱정해 주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의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제2의 후쿠시마가 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하고 원전 반대운동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궁금해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후쿠시마를 잊지 않고 되새기는 일도 신기했고 필자보다 더 국내 원전 상황을 알고 있는 이들 모습이 생소했다.

나름 환경 문제를 많이 다뤘다고 생각했다. 오창과 청주 산단의 발암물질, 미세먼지 농도, 소각장 현황, 불산 누출 은폐사고 등 이 문제에선 ‘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독일 방문에서 부지불식간에 ‘헛똑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고리만이 아니었다. 바로 청주 인근 대전 과학기술단지에 대량의 핵폐기물이 보관돼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도대체 내 주변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아는게 없다. 물론 그 위험의 크기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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