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렬 충북대 교수

▲ 허석렬 교수
며칠 전 러시아 관영매체인 리아 노보스티와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러시아와 북한 이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위한 협정을 맺은 사실을 보도하였다.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 관계자와 직접 협정에 서명하였는데 그 프로젝트의 규모는 약 250억 달러에 달하고 사업기간은 20년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 자본만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되 그 대금은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광물 등 현물로 받기로 하였다고 한다.

일본은 미국의 묵인 하에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북한과 수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김정은 정권과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정부 사이에 일정한 갈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나진항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연해주 남단의 도시인 하산과 나진 사이의 철도를 러시아 자본을 통해 이미 개보수한 상태이다. 그리고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평양과 남포항을 잇는 철도의 개보수 사업이 시작되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로 러시아만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에 대해서도 계속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 데 이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를 비롯해 권력서열 2,3,4위 인사를 한꺼번에 인천에 보낸 것도 남측에 대해 관계개선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은 주도면밀한 플랜을 가지고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인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대북한 지원중단 조치를 해제하겠다든지, 대북 삐라 살포는 언론자유에 속한 문제이므로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행위를 막을 수 없다든지 하는 의견이 통일부를 통해 발표되고 있는데, 이런 경직적 태도를 가지고서는 북한과의 생산적인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면서 어떤 형태의 교류, 협력에도 반대하는 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 강경파의 주장에 정부가 끌려가다가는 변화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한국은 적극적인 외교 주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푸틴의 두 번째 집권 이후로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북한을 통과하여 한국에 보내는 가스관을 한국과 공동으로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푸틴은 매우 강력한 지지를 보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경유 가스관이 북의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또한 하산과 훈춘, 나진을 잇는 삼각형 지대의 두만강 하구 개발계획도 남한 자본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체질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13년은 식량부족분이 10만톤 이하에 머무를 정도로 농업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추정이다. 이런 농업생산성의 향상은 농민들에게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한 정책의 변화와 석탄을 이용한 비료생산의 성공 등의 요소에 힘있고 있는데, 북한이 농업문제 해결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 노동력은 시베리아나 중국 동북지방 등에 건설, 벌목 등의 노동력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10만 명을 넘어선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 북한의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수준은 개성공단의 2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개성공단을 퍼주기라고 비난한 사람들이 볼 때는 심각한 상황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제적 변화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평화를 위해서나, 민족문제를 위해서나 이명박 정권이래로 지속되어온 대북 봉쇄정책을 거두고 화해와 협력이라는 노태우 정권 이래의 전통적인 대북 정책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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