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름다운 논에서 생명과 농업, 공동체를 꿈꾸며…

▲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처장
지난 5월 31일 모내기 한 두꺼비논에서 가을 벼베기 행사를 했다. 며칠 전 비가 내려 논은 질척질척하였지만 벼베기에 참여한 어린이, 청소년, 부모님, 자원봉사자들은 다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내기에 참여했던 청주중앙여고 환경동아리 학생들은 시니어 어르신들께서 일러주신 대로 벼를 베고, 볏단을 묶었다. 각자 한 단씩이지만 직접 수확한 볏단을 들고 뿌듯해 하는 모습에서 또 다시 일 년의 시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벼를 베고 난 논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비롯해 많은 흔적이 남는다. 그 중에서도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가장 눈에 띈다. 오늘은 고라니와 너구리 발자국이 보였다. 이들에게 265㎡(80평) 정도 되는 작은 두꺼비논이지만 훌륭한 먹이공급처이자 놀이터가 되었을 것이다. 이 두꺼비논은 초기 생태공원 조성계획에서는 습지였다. 2007년 생태공원이 만들어지고 첫 번째 봄이 되었지만 그 많던 한국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는 공원에서 보이지 않았다.

한국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를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두꺼비논이었다. 이 개구리들에게 가장 좋은 산란지는 바로 겨우 내내 물이 고여 있는 논습지였던 것이다. 2008년 두 번째 봄이 되면서 이곳에서 많은 개체의 한국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 도롱뇽이 산란을 했다.

두꺼비논이 만들어진 곳이 개발 전에는 밭이었다. 자연스럽게 물이 고이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은 지하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봄철 갈수기가 되면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여러 차례 올챙이들이 말라죽는 등 실패를 보기도 하였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유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두꺼비논은 양서류의 서식지 복원뿐만이 아니라 개발 이전의 이 마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자 만든 곳이다. 산자락이 논, 밭으로 이어지고 그 아래쪽에 마을이 있었던 전원풍경의 모습이 개발로 인해 사라졌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며, 관공서, 상가가 있는 곳이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자 했다. 일본의 사토야마 운동을 공부하면서 적용된 사례이다. 또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손모내기, 벼베기, 피사리 등 농사체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모내기와 벼베기를 하는 날에는 두꺼비생태공원안내자 선생님들께서 부침개를 준비한다. 올해는 토종 앉은뱅이밀가루와 ‘두꺼비살림’이라는 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매장에서 구입한 야채로 빈대떡을 준비했다. 마을 어르신들도 함께 빈대떡과 막걸리를 나누어 먹는다. 작은 논에서 사라져가는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조금이나마 되살리는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2009년에는 구룡산땅한평사기 운동으로 포도밭 1009㎡(300평)을 매입했다. 두꺼비 서식지, 산란지를 시민들이 직접 확보하자는 운동이었다. 청주시민들이 5천원, 만원씩 기금을 모으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후원하여 6천만원이 모아져서 매입할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난해에 계단식논 3곳과 습지 2곳을 만들었다. 숲과 연결된 논과 습지가 두꺼비를 비롯한 양서류들의 서식지로써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논의 이름을 ‘두꺼비다랭이논’으로 지었다.

두꺼비논과 다랭이논은 산과 연결된 논습지다. 올해는 생태공원 내에 손바닥논을 만들었다. 시니어 어르신들과 땅을 파고 하우스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부직포를 깔았다. 인근 지역에서 논흙을 구해서 만들었다. 두꺼비생태공원에 탐방 오는 유치원 어린이들과 논습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생물을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년 봄에 산개구리들의 산란을 기대하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생물과 사람의 공존은 쉽지 않다. 자연은 말뜻처럼 있는 그대로 스스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공생하여 왔다. 생물서식공간으로서의 논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자립을 위해서라도 곳곳에 논과 밭이 만들어져야 한다. 상자 텃논, 옥상 텃논도 도시농업에서 적극 사업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작은 논이 많이 만들어진다면 학생들의 정서 안정과 생태적 감수성 함양, 생명존중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관리운영은 마을의 시니어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두꺼비논에서 생명과 농업,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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