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비록 제가 낭군(郎君)과 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하룻밤의 즐거움을 같이 했으니 그 의리는 부부의 결합처럼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 오라버니의 악행을 이미 하늘이 미워하니, 우리 집안의 재앙을 제가 감당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에 죽어 은혜를 갚는 것과 한 가지이겠습니까?
<삼국유사 감통 제7 김현 호랑이를 감동시키다>


비록 제가 낭군(娘君)과 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대선승리의 기쁨을 같이 했으나 그 공로로 소중한 자리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 국감불출석을 놓고 이미 하나같이 미워하니, 전문성, 중립성 논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에 죽어 은혜를 갚은 것과 한 가지이겠습니까?

김현은 호랑이를 감동시켰다. 감동시켰다는 것이 탑돌이를 하던 처녀와 눈이 맞아 조용한 곳에서 정을 통한 것뿐이다. 그 처녀가 사람으로 둔갑한 호랑이였다. 처녀호랑이는 스스로 김현의 칼에 죽어 김현을 2급 벼슬길에 오르게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씨가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임명됐다. 5년 동안 적십자 회비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잊힌 봉사단체라서…”라고 변명했던 그는 ‘도피성 출국’ 논란 끝에 27일 국감에 출석했다.

“보은인사가 아니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면 물러나겠다.”
다른 사람의 말에 죽을 정도면 낭군(娘君)의 칼에 죽겠다는 얘기인데…. 그런데 ‘김현감호(金現感虎)’ 만큼 애틋한 이 스토리에서는 도대체 누가, 누구를, 어떻게 감동시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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