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지키는 사람들…교수, 동문, 학생들의 이야기
총장은 칩거…대학은 학생 6000명에게 100만원 장학금

청주대 사태의 키를 쥔 김윤배 총장은 아직까지 말이 없다. 공식적인 대화채널과 제안을 거절한 채 칩거 중이다. 학생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마지막 카드인 ‘수업거부’를 11월 3일 찬반투표를 벌이고 진행할 예정이다. 총동문회는 그간 김윤배 총장에게 해왔던 제안을 공식철회했다.

모든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달라지지 않는 건 비대위는 ‘선 사퇴, 후 수습’을 외치고 있고, 김윤배 총장은 ‘선 수습, 후 사퇴검토’를 말하고 있다는 것. 이제 내부에서의 수습이 실패하면 교육부의 청주대 감사 후 관선이사 파견 등의 조치가 남게 된다. 김윤배 총장의 석사논문 표절에 대한 회신도 이번 달 말 나온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학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매일 모여서 회의 한다

천막농성 37일째. 지난 24일 청주대 본관 앞을 찾았다. 총학생회 플래카드를 건 천막에는 중간고사를 끝내고 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학생들은 학사지원팀을 방문해 수업거부를 할 경우 불이익을 당한다는 공지를 띄운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후 중간고사를 치르고 다시 천막에 모였다. “오늘 시험을 잘 봤냐. 보기 힘들었지.” 총동문회 신갑식 부회장이 안부 인사를 건네자 쓸쓸한 웃음이 번진다.

▲ 본관앞 천막농성 장에는 총학생회, 총동문회, 교수회가 연일 당번을 서면서 자리를 지키고 회의를 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만약 청주대가 사기업이라고 해봐요. 그렇게 기업을 운영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사학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이긴해요.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제로섬게임이에요. 양자가 모두 손해를 보죠. 김윤배 씨는 치부가 드러날 것이고, 학생들은 졸업에 당장 영향을 미쳐요. 하루빨리 끝내야죠”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어른들은 모두 말리고 있다고 했다. “수업 거부 지금도 반대하죠. 어른들이 학생들 이용했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고, 당장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 많이 돼요. 그래서 최대한 김윤배 총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했는데 솔직히 그걸 거부할 줄은 정말 몰랐던 거죠.”

“중재안 거부할 줄 몰랐죠”

지난 15일 청주대 총학생회, 교수회, 직원노조, 총동문회와 김윤배 총장과의 충돌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 말을 던진다. “총문회장도 아마 총장 얼굴을 2번째 본거에요. 교수회장은 선출된 지 13년 만에 얼굴을 처음 봤고요. 총학생회장도 처음 만났죠. 이것만 봐도 얼마나 막혀있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 혈기가 있다 보니 흥분했지만 분명 현장에 있던 사람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겁니다.”

동문들은 수시로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교수회는 단과대별로 돌아가면서 순번을 서고 있고, 총학생회는 거의 매일 모이다시피하고 있다. 수업거부를 앞두고 있는지라 만나서 해야 얘기들도 많다.

홍석하(청주대 4학년)학생은 “수업거부는 학생들이 철없이 선택한 게 아니에요. 마지막 외침인거죠. 학생회는 100%결의하는 마음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죠. 학생들은 개인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학생총회에선 투표형식으로 찬반을 물으려고 합니다. 3주 이상 결석하면 학사 일정에 차질이 있기 때문에 4주 이상 수업거부는 하지 않을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맹진호(청주대 3학년) 학생은 “학교 경영진의 무능함을 이번 사태로 확실히 보게 됐어요. 어른들로서 교육자로서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들이었어요. 실망감이 많이 커요. 본인들의 자존심 때문에 학교 정상화를 하지 않고 있어요. 학생들이 이런 분들에게 학점을 받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 수업거부를 앞두고 총학생회 학생들은 늦은밤까지 서치라이트를 켜고 대책회의를 이어갔다.

홍석하 학생은 “총학생회가 갑자기 학교 문제에 나선다는 얘기도 있는데 오해에요. 올해 들어서면서 학교 경영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제기할 시점에 공교롭게도 정부재정제한대학에 청주대가 포함된 거에요. 교무위원(보직교수)들이 정상화하면 사퇴한다고 해서 정상화 기간이 얼마냐고 물으니 2~3년일 수도 있고 잘 모르겠대요. 지금 당장 명예롭게 퇴장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수업거부는 마지막 카드

김기선(청주대 2학년) 학생은 “1학기를 다녀온 후 군대에 가 있는데 동기들이 편지로 지리교육과가 폐과됐다고 알려줬어요. 지리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학교는 계속해서 전과하라고 했어요. 그 과정이 너무 짜증이 나서 오기로 입학해보니 저 혼자 학교를 다녀야했죠. 전 1등을 했는데 장학금을 받지 못했어요. 폐과된 과에 다녀보니 손해 보는 게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학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총학생회 활동을 하게 됐어요. 분노가 컸는데 아무도 속 시원히 설명해주지도 않으니까 폭발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유지상 총학생회장은 27일 교수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고 수업거부 결의를 보여줬다. 그는 “교육자답지 못한 총장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입니다. 학생들이 바보라서 수업거부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 깊은 제자들의 진심을 알아주시고 제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이메일을 보내기에 앞서 최근 청주대 모든 학과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학년 과대표 등 400여명이 모여 수업거부에 대한 토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3일 학생총회를 거쳐 투표결과에 따라 수업거부에 들어갈 것을 재확인했다.

학생들 천막 옆에는 교수회 천막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이공대에서 당번을 서는 날.. 이공대 모 교수는 “2006년 100일 동안 교수들이 천막치고 총장실 점거했는데 뭐가 남았는지 아세요. 아무것도 안 남았어요. 그 때 김윤배 총장이랑 많은 약속을 했는데 지금 보니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 때는 교수회만 나서서 싸웠는데 지금은 다 같이 싸우니까 힘이 나죠”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계속되면서 청주대 교수들도 사실상 학교 편을 들어왔던 교수연합회 소속 교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300명의 전임교수 가운데 현재 교수연합회는 80명, 교수회는 150명이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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