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약자 공통얼굴…‘폐지줍는 한국, 판트찾는 독일’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 차라리”…연대기금으로 활용

사람과 자연 재활용이 답이다
① 통계로 보는 폐기물과 환경, 건강
② 청주시 폐기물 정책과 광역소각장
③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 그리고 노인
④ 재활용 선진국, 독일의 ‘판트’ 시스템
⑤ 재활용에 모든 것을 걸어라

성장과 번영의 자본주의 이면에는 빈부의 격차,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등 사회적 양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배어있다. 초고속성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농촌사회의 피폐화, 도시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노년세대의 어두운 모습 등 성장 이면의 우울한 단면이 존재한다.

▲ 판트의 또 다른 기능은 사회적 연대. 한국에서 노인 빈곤이 심화되면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이 증가한 것처럼 독일에서도 판트를 통해 끼니를 태우는 사회적 약자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쉴러 동상 앞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독일인과 연대포스터.

독일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금융수도라 불리는 프랑크프루트 도심 중앙역전에는 매춘과 노숙자들로 붐볐다.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불편한 뒷모습이었다.

스카이라인이 일직선으로 잘 정비되고 트램과 기차, 깨끗한 거리의 독일 사회 이면에는 사회적 약자의 어둔 모습이 깊게 드리웠다. 터미널과 공원에는 판트가 되는 음료수를 마시는 시민을 상대하는 아랍계 이민자들로 추정되는 노숙자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판트 용기를 소지한 사람들에게 “다 마셨으면 빈 용기를 나에게 줄 수 있냐”고 묻거나 요구했다. 한국의 폐지 줍는 노인들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 관계자도 판트 제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3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판트용기를 수집해 팔아 빵을 구입하거나 맥주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 독일에는 재활용 수거용기가 한국보다 더 세분화 돼있다.

▲ 가정용, 공동주택, 지하철 역에 설치된 독일의 생활 쓰레기 분리 수거함

지역기금으로 활용하자!

지난 15일,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빌리 브란트 전 수상을 기념해 설립한 ‘빌리 브란트 광장’. 이곳에는 괴테와 더불어 독일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문학가인 ‘쉴러’를 기념해 세운 동상이 있다. 그리고 이 동상 앞에서 한명의 노숙인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는 취재진의 배낭 옆에 있는 물병을 보고 “나에게 병을 달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 등 유럽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많은 유럽인들이 독일로 몰려 들었다.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환경법을 공부하고 있는 박근우 박사는 “아랍계 유럽인들이 독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터키인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실업이 장기화되면 노숙자로 전락한다”며 “독일 사회에선 이들 거리의 노숙자가 장기적으론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판트를 활용해 연대하자는 운동이 생겼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 당신이 환급받지 않고 버릴 거라면 더러운 쓰레기통에 넣지 말고 밖에 놓아달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제작해 설치했다.

즉 노숙자들이 판트 제품을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손으로 일일이 파헤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넣어주자는 것이다.

박 박사에 따르면 이 운동은 곧 독일 전역으로 퍼졌고 주요 도시에는 판트만 모아두는 수거함도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이에 대해 “생각만큼 실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활용 정책 하나만으로도 사회적 연대로 활용되는 독일 시민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고 말했다.

▲ 가정용, 공동주택, 지하철 역에 설치된 독일의 생활 쓰레기 분리 수거함



‘백색·갈색병 따로 모아주세요’…독일 재활용시스템

한국과 근본적 차이는 없어…검소한 전통 속 자발적 참여

독일의 재활용 수거 시스템은 한국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따로 분류해 분리 배출하는 시스템은 동일했다. 오히려 독일이 배출 시스템에서 시민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의 각 지자체들은 공동주택과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는 폐기물 분류 저장용기 구입비용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라이부르크 시에 따르면 이런 용기는 공동주택과 개별 가구에서 일정 비용을 내고 따로 구입해야 한다. 가격은 100유로에서 300유로까지 차이가 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분리배출 용기는 한국보다 더 세분화 돼 있다. 소주병이나 맥주병 용기, 나머지 병류로 구분되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색깔별로 저장용기를 따로 구분해 뒀다. 독일에선 수거 방식과 수거용기 디자인 모두 각 기초 지자체별로 독립적으로 제작한다.
독일은 재활용 선진국 답게 도깨비 시장과 같은 부분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

박 박사는 “한국과 달리 독일의 재활용 시장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개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전거면 자전거, 의류면 의류, 장난감이면 장난감 등 품목별로 단일 도깨비 시장이 연중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도깨비 시장은 관이 주도할때도 있고, 때론 마을 커뮤티니가 중심이 돼 열리기도 하며 형식은 매우 다양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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