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빈용기보증금제도’…플라스틱 물병 하나가 400원
대형·소형마트에 수거함 설치…수익금으로 사회적약자 지원

사람과 자연 재활용이 답이다
① 통계로 보는 폐기물과 환경, 건강
② 청주시 폐기물 정책과 광역소각장
③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 그리고 노인
④ 재활용 선진국, 독일의 ‘판트’ 시스템
⑤ 재활용에 모든 것을 걸어라

‘빈용기보증금 반환제도(일명 공병보증금 반환제도)는 사용된 용기의 회수 및 재사용 촉진을 위해 출고 가격과는 별도의 금액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 판매한 뒤 그 용기를 반환하는 사람에게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자원재활용 및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1985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대상은 주세법에 따른 주류 제품, 청량 음료 용기가 모두 포함된다. 일반인에 생소하지만 드링크제와 같은 작은 용기의 병도 포함된다.

▲ 세계환경수도라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리젤펠트 지구 닝겐노 체육관 앞에 설치된 생활 쓰레기 분리 수거함. 이곳은 체육관 지붕이 잔디 인공언덕으로 만들어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보증금은 크기에 따라 190㎖ 미만의 빈병은 20원, 190㎖~400㎖미만은 40원, 400㎖~1000㎖미만은 50원, 1,000㎖이상의 빈병은 100원~300원이하의 보증금을 받게 된다. 소비자는 소주병 1개는 40원, 맥주병 1병을 반환하면 50원을 돌려받는다. 수거의무는 법적으로 소매업자에게 주어져 있다.

소매업자는 제품의 판매처와 관계없이 취급제품에 해당하는 공병을 의무적으로 반환받아야 하며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점도 빈병 반환장소를 설치해야 한다. 소비자가 반환하는 빈병 값을 제대로 주지 않는 소매업자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 제도 순환 이후 빈병에 대한 회수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용기순환협회(회장 장인수) 관계자에 따르면 95%에서 97% 사이에서 빈병이 회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회수율에도 불구하고 빈병의 재사용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빈용기보증금제도에 의해 수거되지 않고 청주시재활용선별센터로 모아지는 빈병쓰레기만 하루 20여톤 가량. 재활용선별센터의 장비가 교체 되기 전인 지난해 까지 이중 절반 가량인 10톤 정도가 소각되거나 매립됐다.

‘빈용기보증금반환제도’ 에도 불구하고 유리용기제품의 재활용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부 정책이 근본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남규(재활용전문 사회적기업 (주)미래ENT) 대표는 “정부 정책은 드링크류와 같은 작은 병 제품에 대해선 재활용이 아니라 재사용이다. 소주병과 같이 큰 병은 회수한 뒤 재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작은 병류는 파쇄해서 다시 유리병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이 편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보증금이 붙은 병은 회수율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병은 그냥 버려지고 만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판트를 하고 있다.

▲ 판트 표시가 된 제품 용기

재활용의 비밀은 판트

독일은 세계적인 재활용 선진국으로 꼽힌다. 세계 생태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도시를 보유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부터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이기도 하다.
독일의 자원 재활용은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지만 밑바탕에는 판트(Pfand)가 있다. 그렇다면 판트(Pfand)란 무엇일까?

판트를 쉽게 설명하면 독일식 ‘빈용기환급금’이다. ‘판트’는 고유명사처럼 통용 돼 독일 사람들은 빈용기를 반납하고 환급금을 돌려받는 행위를 ‘판트한다’고 말한다. 독일식 판트와 한국의 빈용기환급보조금가 차이가 있다면 큰 병 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캔 용기까지 포함된다 는 것.

독일에서는 물, 탄산음료, 쥬스, 에너지음료, 맥주 등 대부분 액체류 용기가 해당된다. 한국의 맥주병 용기보증금은 1개당 50원이지만 독일의 기본 판트 금액은 유로화 25센트에 달한다. 1유로당 1400원의 환율로 계산하면 350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국의 50원에 비해 7배나 높은 가격으로 결코 작은 비용이 아니다.

독익실 판트의 원리는 단순하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판트 비용을 먼저 지불한다. 0.8유로 가격표가 붙어 있는 500 ㎖ 캔 맥주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계산대에서 판트 25센트를 덧붙여 1유로를 계산한다. 그리고 구입한 제품을 다 사용하고 반납할 때 판트 비용을 돌려받는다.



▲ 소형매장, 대형매장, 공항에 설치된 다양한 모습의 판트 수거 자판기.

빈병만 줍는 작업도

판트는 기본적으로 세 종류로 나뉜다. 기본 판트 25센트, 일부 페트병 15센트, 마지막으로 유리병은 8센트의 판트가 부과된다. 이외에도 맥주병 중 고급스런 것은 15센트. 1리터 이상의 대용량 맥주병 중 50센트 까지 판트가 붇기도 한다.

판트한 제품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도 수월하다. 독일에는 동네의 작은 슈퍼 혹은 대형 매장에 가면 ‘판트오토마트’라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보통 매장 진열대 입구와 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돼 있다.

기계 전면에 있는 투입구에 해당 욕기를 투입하면 내부 컨베이어 벨트가 병을 좌우로 돌려가며 레이져 스캔작업을 한다. 판트 기계는 인식작업을 끝내면 용기를 떨어뜨리고 새로운 제품을 투입하도록 한다. 투입구 옆에는 투입 제품의 정보와 환급 금액을 표시하는 액정 화면이 있다.

일일이 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최근에는 박스 상태로 투입할 수 있는 기계도 나왔다. 반납을 마치고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반납을 종료했다는 신호가 표시된다. 판트 기계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영수증을 출력 해준다. 이 영수증을 가지고 계산대에 가면 현금으로 돌려주게 된다.

그렇다면 판트가 재활용에 미치는 실효성은 어느 정도일까. 독일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트하는 광경을 목격할 정도로 일상화 돼있다. 공항에서부터 소형 상점까지 판트 기계가 설치 돼 있지 않은 곳은 없다.

본보가 지난 주 찾아간 독일 한 대형마트. 많은 시민들이 판트 자판기에 용기를 반환하고 있다. 한 시민은 100ℓ 이상 돼 보이는 대형 비닐 용기에 담아온 판트 제품을 자판기에 반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에서 6년 동안 거주하며 환경법을 공부하고 있는 박근우 박사는 “판트 비용이 높아 버리는 사람이 없다. 직업적으로 판트 용기만 수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즉 판트에 부과된 높은 비용으로 인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 판트의 높은 비용이 자원 회수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데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도 인정했다. 정남규 미래ENT 대표는 “빈병보증금이 40원에서 50원하는 소주병과 맥주병의 회수율과 나머지 병의 회수율만 비교해도 나타나는 수치”라며 “우리나라에서 300원이상 보증금이 붙는 빈 용기가 있다면 버려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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