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축제서 충북무형문화재 27분야 장인 초청… 시연장소는 너무 협소

충북의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예능 6개 분야와 기능 21개 분야의 장인이 세월의 연륜과 혼이 깃든 전통의 예술미를 선보였다. 2003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는 청주직지축제는 올해 ‘충북무형문화재 장인열전’의 이름으로 충북의 장인을 초청했다.

▲ 충북무형문화재 장인열전 행사장 모습.

지난 주 5일간 열린 행사에 충북무형문화재특별전이 한국공예관에서 열렸고, 장인들의 시연과 공연이 행사장 일원에서 펼쳐졌다. 장인들의 시연과 충북무형문화재 면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는 책과 스토리가 있는 이동도서관 ‘책책 빵빵’, 미디어아티스트 목진요 작가의 ‘위대한 탄생 미디어아트전’ 등과 더불어 직지축제의 주요행사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문화재청에 등록돼 있는 충북무형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를 포함해 31개 분야가 있다. 예능장으로 청주 농악과 제천 오티별신제, 충청도 안진굿 등이 있으며 기능장으로 청주 배첩장·괴산 한지장·영동 악기장·충주 유기장·청주 궁시장 등이 있다. 직지와 관련된 금속활자장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다.

충북무형문화재 궁시장 양태현 장인은 “국궁에서도 전통 죽시보다 카본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활 하나를 완성하는데 궁·궁시·전통·깍지의 네 분야 장인이 필요하다. 장인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가격이 낮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전통문화에 품위가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활을 쏘는 것이 아니라 ‘활을 낸다’라고 하는 용어 하나에도 옛것을 살려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장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상영한 영화 ‘명량’이나 ‘최종병기 활’ 등에 사용된 궁시는 모두 양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궁시는 기능 뿐 아니라 멋과 감촉에도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장인의 고집을 이어갈 후계자 찾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 충북무형문화재 궁시장 양태현 장인.

▲ 충북무형문화재 자석벼루장 신명식 장인.

무형문화재 협소한 시연자리 아쉬워

단양의 자석벼루장 신명식 장인도 “비슷한 색을 내는 중국 벼루가 많이 들어와 있다. 붉은 색을 내는 돌이라는 ‘자석’은 단양에서만 난다. 토양과 기능이 잘 결합해야 우수한 벼루를 제작할 수 있다”며 향토 장인의 의미를 잘 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굴은 안 씻어도 벼루는 씻고 잔다는 옛 선비들처럼 정신을 드러내는 데에 기본이 되는 도구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인들은 ‘100년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를 잇거나 후계자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유기·한지·사기·악기 뿐 아니라 청명주·송로주·신선주 등의 전통주도 모두 지역에서 나는 재료에 정성과 숙련의 과정을 거듭해 품격을 높인 가치를 인정받아 충북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직도 이를 보존하고 계승하기위한 노력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직지축제에 초대된 무형문화재들의 자리도 협소했다. 시민들에게 제작시연을 보이고 분야마다의 멋과 정신을 드러내기에는 분명 옹색해 보였다.

장인들은 하나같이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들과 다가와 유심히 관찰하는 시민들을 반겼다. 대를 잇겠다는 2세들도 나와 자리를 지켰다. 우리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은 향후 도민들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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