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중재 나섰으나 입장차만 확인… 일부 농협 도미노 탈퇴 움직임에 ‘우려’

충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운영하는 충주통합미곡처리장(통합RPC)이 대소원면 일부 농민들의 벼 수매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 충주시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갈등 당사자 간 입장차가 커 추가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본보 2014년 10월 17일자 A14면 보도>

특히 시는 지난해 탈퇴한 서충주농협의 통합RPC 재가입 조정에 실패하면서 가입 농협의 도미노 탈퇴가 우려되고 있다.
충주시는 최근 조길형 시장과 서충주농협, 통합RPC, 농협 충주시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재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서충주농협의 통합RPC 탈퇴 문제를 놓고 벌어진 지역농협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 충주시의 고품질 쌀 브랜드 육성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온 충주통합RPC가 서청주농협의 탈퇴로 지역농협 간 갈등에 휩싸였다. 충주시가 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섰지만(사진 아래)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돼 갈등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통합RPC의 지분에 참여했던 서충주농협은 최근 쌀 판매가격 문제 등을 놓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탈퇴했고, 출자금 12억 원과 배당금 1억 원 등 총 13억 원을 환급받았다.

통합RPC로부터 받는 쌀 가격이 20㎏당 4만 8000원 가량인데 대형식당이나 급식소 등에 납품하는 4만 2000원 가량의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충주농협, RPC 재가입 ‘글쎄’

이에 대해 통합RPC 측은 농민들로부터 사들이는 벼 수매가격이 비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충주농협이 탈퇴하자 통합RPC는 서충주농협의 관할구역인 대소원면 농업인 175명(1024톤)의 일반벼 수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서충주농협은 해당 농업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음성에 있는 민간 미곡처리장에 수매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시장은 이번 회의에 양측 관계자들을 불러 통합RPC가 대소원면 농업인들의 벼를 수매하고 농협 간 갈등으로 인해 농민에게 불편이나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서충주농협 지분 탈퇴문제는 추후 재 논의할 것 등을 당부했다.

통합RPC는 이 자리에서 서충주농협 재가입을 위한 지분 재출자. 통합 브랜드 사용, 가입 후 탈퇴 불가 확인서 등을 요구했다.
서충주농협은 조합원들과 이사회를 열어 재가입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서충주농협과 통합RPC의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김광규 통합RPC 대표이사는 “수매거부 사태가 불거졌지만 통합RPC는 농민들이 항의 때 놓고 간 벼를 잘 보관하고 있다”며 “1시·군 1브랜드 쌀 통합 정책에 반발해 불미스럽게 탈퇴한 조합이 이번 문제를 유발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통합REC는 충주 미소진 쌀 브랜드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며 “서충주농협은 나쁘게 말하면 자기만 살자고 빠져나가는 상황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쌀전업농 김원석 충북도연합회장은 “수매를 거부한 통합RPC나 서충주농협 모두 책임이 있다. 농민입장에서 탈퇴나 재가입은 나중 문제다. 국가가 통합RPC를 만들어줬는데 조합 장사하라고 지원해 준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충주농협 김병국 조합장은 “지분환급이 늦어지면서 당연히 2014년 수확한 벼는 모두 통합RPC에서 수매하는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차마 통합RPC에서 쌀을 안 받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RPC탈퇴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정됐다”며 “자체 브랜드(달래강청정) 사용이 우리 조합의 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재가입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며 “단 우리 농협의 달래강청정 브랜드 미사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중재는 시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합 장사하라고 통합RPC 지어줬나”

이와 함께 서충주농협이 재가입을 미루는 사이 통합RPC에 가입한 일부 농협들도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통합RPC는 충주농협을 비롯해 주덕농협, 노은농협, 앙성농협, 중원(금가·동량면)농협, 엄정농협, 소태농협 등 총 7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일부 농협은 벼 생산량이 많지 않아 통합RPC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재배 조합원들이 다른 농협보다 적어 통합RPC에 지속해서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09년 9월 통합RPC 구성 당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서충주농협의 탈퇴가 자칫 일부 농협의 탈퇴를 부채질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들은 서충주농협이 대소원면 농민들의 산물벼 전량 수매를 확정짓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여농협의 한 관계자는 “탈퇴 농협 조합원들의 산물 벼를 수매한 RPC는 단 한 곳도 없다”며 “통합RPC에서 수매할 것을 요구했던 서충주농협이 농민 반발에 부딪히자 마치 선심 쓰듯 산물벼 전량 수매를 결정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RPC와 계약 재배한 조합원이 다른 농협보다 적다”며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손해를 감수하면서 통합RPC에 참여할 이유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이번 중재회의는 서충주농협의 통합RPC 재가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자칫 다른 참여 농협의 탈퇴로 이어지면 고품질 쌀 브랜드 육성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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