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그린 미술 작품을 기증했더니
전시는커녕 수년째 어두운 창고에 방치하고 있다면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요?

민간 갤러리에서도 있기 힘든 일이
바로 충북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허술하고 무책임한 도 문화 행정의 단면을
김택수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소제목> 현숙 에릭슨, 고향에 기증한 작품 어디로?

청주 문의면 출신 재미 작가 현숙 에릭슨 씨.

환경부 초청 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대청호 수몰로 사라진 고향의 향수를 기억하다
지난 2011년 4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됩니다.

수몰민인 그녀의 작품이 청남대 스토리텔링을 더해 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해서 충북도에 기증한 작품이
가로 17미터, 세로 3미터 크기 대작 '존재'입니다.

당시 도는 청남대 대통령 역사 교육관이 만들어지면
이 작품을 전시하겠다며 작품을 건네 받았습니다.

<소제목> 충북도, '17m x 3m' 대작 기증 받고 '나몰라라'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다음달 완공을 앞둔 교육관에
그녀의 작품이 들어갈 공간은 없습니다.

<인터뷰> 이재덕, 충북도 청남대사업소장
"대통령 교육관 컨셉에도 맞지 않고, 작품을 전시할 공간도 없어서..."

에릭슨 씨가 작품을 기증한 이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문제는 도가 작품을 기증 받아 지금까지
전시 계획은커녕 행정적으로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소제목> 기증 작품, 도 미술품 관리대장에도 없어

기본적으로 기증받은 작품은
미술품 관리대장에 등재해 도 재산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이 작품은 서류상에 올라와 있지도 않은 상탭니다.

<인터뷰> 김선호,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미술관리 대장 목록에 없다."

그렇다면 도가 기증 받은 작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취재 결과 이 작품은 박스 포장 상태로
충북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수장고 보관 목록에도 없는 '애물단지' 신셉니다.

'존재'라는 이름 만큼
웅장한 크기로 시선을 압도하던 작품이
수년째 빛도 보지 못하는 서글픈 존재가 된 것입니다.

도가 충분한 검토 없이 덜컥 기증을 받은 뒤
전시공간 확보가 어렵자 벌어진 일입니다.

<인터뷰> 장화진, 2011년 기증 당시 청남대사업소장
"그때는 청남대에 교육관이 들어서면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꿈에 그리던 고향에서
작품 전시를 기대했던 작가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전화인터뷰...cg> 현숙 에릭슨, 재미 미술작가
"작가의 기본적인 것까지 상실을 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면서 한 기증이 이렇게 되니까
고국에서 하는 전시회까지 회의감이 든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기증 받고
내팽개치듯 무관심으로 일관한 충북도.

작가의 순수한 마음까지 짓밟는
무책임한 문화 행정의 현 주솝니다.

hcn뉴스 김택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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