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가경터미널시장에서 ‘하늘 목공방’ 운영하는 황명수 작가

청주가경터미널시장 주차장 옆, 건물입구의 작은 카페에 ‘다정다방’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카페에 복고풍의 이름을 사용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듯하다. 2층은 가경터미널시장상인회 사무실이 있고 3층에 ‘하늘 목공방’이 있다.

하늘 목공방’ 운영하는 황명수 작가.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4년간 가경터미널시장에서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 문전성시’, ‘문화와 바람난 시장길 프로젝트’ ‘가경 통통’ 등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상인들이 결합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노래·음악소리 들리는 시장이라는 입소문이 나고 주민 취미동아리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늘 목공방’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시작된 즈음에 이곳에 자리 잡은 이후 지금까지 주민들의 일상에 문화예술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중심 역할을 해왔다. 목공방의 방장 황명수(47) 씨는 “집안의 웬만한 가구는 이곳에서 직접 다 만든 회원도 있다. 정기 동아리활동으로 50여명, 크고 작은 목공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100여명 가까이 된다”며 마을 공동작업장 역할을 하는 공방에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공방내부를 빙 둘러 보니 목공장비와 기계, 작업용 나무판들이 각자의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늘 목공방’은 주민들이 집에서 사용하다 손을 봐야하는 가구가 있으면 이곳에 가져와 뚝딱 쓸만하게 만들어 갈 수 있게 웬만한 장비를 다 갖추고 있다. 이런 곳이 마을마다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말에 그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공동체공방 운영을 맡을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대학·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

황 씨는 청주 출신이면서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포스코에서 6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다소 늦게 본래의 꿈을 좇아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역에서 공공미술 영역이나 하이브캠프와 예술상회들에서 추진해 온 국제레지던시에도 참여해 왔다.

요즘은 하늘 목공방을 운영하는 목수로 더 알려졌지만 그간의 여정은 고스라니 그의 삶과 활동에 묻어 나온다. 가구제작 설계도면이 그려진 수첩은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화첩 같다. 각종 공구와 부속물들은 쓰임에 맞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목공작업을 하면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안전’이다. 황 씨는 “학교와 직장에서 기계를 다루며 항상 안전점검을 먼저 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목공기계는 매우 위험하다. 충전드릴과 샌드기 같은 장비 외에 망치·톱·대패 같은 기본 공구도 방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상가의 진열대나 수납대 만들면서 판매하는 상품이 돋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시장을 오가는 주민과 상점주인들이 이들 가구를 보며 예술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말에서 일상예술과 공공예술에 대한 그의 고민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생활 책임져야 하는 두 아이의 아빠

황 씨가 공방에 있는 날은 주로 수요일과 목요일이다. 다른 날에는 시립정보도서관의 미술반 운영이나 문화예술교육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황 씨의 주간일정표는 생활인으로서의 예술인이 겪는 고충이 그대로 담겨있다. 예술인과 주민이 결합해 이뤄낸 활동들이 마을의 일상예술로 정착해 가기 어려운 주요 원인으로 문화예술사업이 지속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꼽을 수 있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문전성시’는 올해 북부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경터미널시장의 문화거점인 ‘하늘 목공방’ 운영은 여전히 그의 과제로 남았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에게는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앞선 가치가 됐지만 이 역시 마을 공방에서 주민과 함께 일상문화예술을 가꿔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가 삶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에 대해 지역 예술인들과 고민하고 실천해온 과정은 그대로 우리지역의 공공문화예술 실험의 역사가 됐다.

지난달 그는 모처럼 한국공예관에서 열린 ‘장애인과 함께하는 촉각미술전 eye & heart’에 설치작가로 참여했다. 지금 하고 있는 목공작업을 예술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시도다.

황 씨는 “미술관이나 화랑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영역이 낯설어지고 있지만, 목공방 운영을 지속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창작과 전시활동을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갈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한 땀 한 땀 자로 재고 정확하게 재단해 아귀가 잘 맞는 목가구가 탄생하는 것처럼 참하고 든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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