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지역축제, 어디까지 가봤을까. 기자로서 축제는 챙겨보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축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 축제가 열리면 달려가곤 했다. 이번에 축제 관련 커버기사를 쓰면서 축제가 끝난 뒤의 허망함을 조금 더 알게 돼 씁쓸하다.

어떤 이들이 축제의 판을 벌이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기자도 결국 뒤늦게 잔치에 합류하는 구경꾼에 불과하지 않는지 자괴감도 든다. 축제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고,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사정이 오죽할까. 축제가 끝난 뒤에도 정작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 자체가 없다.

단순히 만족도 조사만 있을 뿐이다. 축제는 지역에서는 몇몇 문화권력자들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 또한 외부 기획자가 짜놓은 판에서 코멘트를 던지는 수준이다.

그렇게 지방자치단체 탄생과 함께 시작된 지역축제는 이제 스무해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축제의 존폐여부를 논의하기 보다는 그저 관망의 시선이 많다. 아니, 지역축제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지역축제는 단체장이 짧은 기간,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일을 벌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이벤트다. 성공하면 4년 내내 실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내내 발목이 잡힌다. 그런데 축제의 성공여부를 따지기가 어렵다. 주최 측은 언제나 성공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평가기관도 함께 선정하다보니 사후보고서에서 좋지 않은 얘기는 쏙 빠진다. 실체 없는 숫자들만이 보고서에 남는다.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외부에서 전문가가 와도 하루 와서 분위기를 파악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솔직히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를 챙겨봤지만 결국 축제의 이름과 엠블럼만 다를 뿐 체험행사는 어디에나 비슷했다. 물론 전국의 축제들마다 체험부스는 다 비슷할 것이다.

청원생명축제, 오송바이오엑스포, 직지축제, 공예페어 등등 지역의 모든 축제에서는 유리공예, 천가방 만들기, 증강현실 교과서 체험 등이 등장했다. 이제는 체험행사들이 새롭지 않고 눈에 확연히 익는다. 체험행사도 수익을 내기 위해 관람객이 1000원에서 3000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축제의 구성요소도 비슷했다. 수많은 꽃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포토존 역할을 했다. 대형 파빌리온에서는 주제를 담은 행사가 열렸지만 바이오, 생명이라는 부분이 관객과 얼마나 닿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보 또한 인터넷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다중지능검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공짜로 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정말 생명을 주제로 다룬다면 소비적이고 일회적인 축제는 열지 말아야 한다. 축제에서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농산물 전시장도 기간이 지나면 폐쇄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며칠 반짝하고 사라지는 도깨비 시장 같다. 처음부터 축제는 지역에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축제가 우리의 문화로 남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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