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

▲ 이경 사무국장
내가 속한 이주민노동인권센터는 임금체불, 폭언 폭행, 직장 변경, 산재 사고 등의 문제에 대해 해결을 도와주고 있다. 주로 청주를 비롯한 음성, 진천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이 도움을 청하지만, 그야말로 전국에서 우리의 진정성과 능력을 전해 듣고 연락하거나 직접 방문한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센터를 더욱 필요로 하는 이유는 전국에 두 곳밖에 없는 외국인보호소가 바로 청주 미평동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른바 ‘불법 체류’로 이주민인권 활동가들은 단지 ‘미등록’이라는 용어를 쓴다 - 단속되어 온 이주민들이 강제출국을 앞두고 마지막 신변정리를 위해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말이 ‘보호’이지, 출국 전까지 사실상의 구금 상태로서 한국에서의 꿈을 한국 정부라는 타자에 의해 접을 수밖에 없게 된 이주노동자들의 절망과 한숨이 어린 곳이다. 우리는 이 절망의 공간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게 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 밀폐된 면회실에서 귀 기울여 전후 사정을 듣고 와서 사업주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때로는 미등록 상태에서 산재 사고를 당하고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을 대신해 산재 신청을 도와주고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거의 5개월여를 거쳐 산재신청이 승인되어 보호조치에서 해제되는 그야말로 신체의 자유를 다시 획득하는 기쁨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보호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제일 위중한 또는 절박한 사례는 그 안에 구속돼 있으면서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다. 꼭 1년 전 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의 노동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직접 찾아가 수차례의 상담을 거쳐 그리고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지원을 받아 (이 글에서 밝히기 어려운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는데, 결과는 기각 판정, 그리고 재심 신청을 하고 나서 결과는 또 기각이었다. 그 동안 이친구가 1년 동안 보호소 생활을 하면서 겪은 심리적 고통은 상상을 불허해서, 과연 결과를 보기까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회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화요일, 다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격려차 사주는 점식 식사 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바쁜 일정으로 거의 신경쓰지 못했던 그 친구로부터 “미스터 리, 아이 엠 인 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라는 믿기 힘든 전화를 받았다.

디텐션 센터(외국인 보호소)가 아니라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출입국관리사무소)라니! 그는 난민 신청이 기각되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받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안 순간, 당사자는 물론이겠지만, 내가 그와 더불어 나눈 기쁨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점심 자리를 급히 정리하고, 나는 달려가 그와 깊은 포옹을 나누고 서로를 격하게 위로했다. 이제는 실생활의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살 곳도 있어야 하고 일할 곳도 찾아야 하는데, 아∼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