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에 가려 존재조차 유명무실해질라”
‘행정수도·대전·천안과 견주려면 통합밖에 없다"여론

연기 공주가 신행정수도 입지로 부각되면서 청주·청원은 현실적인 고민을 안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도시의 경쟁력을 잃고 행정수도 주변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런 점은 이미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구체화될 때부터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것이었으나, 청주·청원과 인접해 있는 연기쪽이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결과 최고점을 받자 이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느냐 마느냐 기로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청주·청원의 통합문제. 일각에서는 신행정수도를 비롯해 날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인근의 대전, 천안과 경쟁하려면 양 시·군이 살림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구 75만여명에 1년 예산 8000여억원을 가진 도시로 다른 지자체와 한 번 ‘견주어볼 만’ 하다는 것이다.

   
▲ 청주·청원 통합만이 신행정수도·대전·천안 등지에 맞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도 통합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제하고 “사람이 살려면 일터와 놀터, 삶터가 있어야 하는데 청주는 일터가 부족하다. 청주가 가진 산업적 경쟁력은 행정과 교육밖에 없다. 그래서 청주는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교수는 “자기 살길을 찾아 청원시를 추진하겠다고 한 청원군 보다는 소극적인 청주시를 비난해야 한다. 결혼을 하려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쳐야 하는데 청주시는 이런 점에서 부족하다. 그리고 도지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수시와 여천군의 통합은 하나의 모델 케이스가 되고 있는데, 여수시는 28개 동을 반으로 줄여 14개 면인 여천과 같은 수의 기초의원을 뽑고 시청도 여천군에 두었다”며 청주시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항동 충청대 교수도 “청주는 신행정수도의 베드타운으로 갈 것인지,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그래서 지금 통합논의가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청원군도 오송신도시를 제외하고 나면 통합으로 가야 한다. 양 지자체 어디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하든 좋다. 시군통합 논의는 다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본다. 이제 기득권을 주장하는 식의 단체장의 논리는 필요 없다”며 “시군통합의 모델케이스인 여수·여천지역은 한동안 군지역의 세금인상도 유예시키고 혐오시설 설치도 주민합의로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교수는 다른 지자체들이 전국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청주시는 안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경쟁력이 없다며 “이제 교육도시로서의 명성도 빛을 잃었다. 그것은 과거 교육여건이 좋지 못할 때의 얘기다. 심각한 인재유출과 점점 저하되는 학생들의 실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14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실패

청주·청원의 통합은 지난 94년 추진됐다가 실패한 뒤 그동안 지지부진해 왔다. 당시 전국 14개 지역 가운데 유일한 실패 케이스였다. 그러다가 지난 1월 오효진 청원군수가 발표한 청원시 독자추진 계획은 ‘뜨거운 감자’로 한동안 지역의 핫이슈 역할을 했다. 오군수는 “청원군을 그냥 두면 오창과 오송이 시로 승격돼 시로 떨어져 나가 군의 장래가 걱정된다.

게다가 2년 정도 후면 청원군이 시승격 조건을 갖추는데 군수가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대수 시장도 “청주와 청원은 같은 생활권인데 유독 행정분야만 통합이 안됐다. 청원시 승격도 좋지만 장래를 위해서는 시군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청원군이 주도권을 가지고 청주시를 포함해 청원시를 추진해달라. 통합이 이뤄지면 시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이원종 지사는 신행정수도 입지가 결정되면 충청권 각 지자체의 행정구역이 큰 영향을 받게 되므로 통합이든 시승격이든 그 때가서 논의하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결국 통합논의는 이렇게 양 단체장의 소모전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이 때 논란을 잠재우기 보다는 양 지역의 공동발전 방향을 모색했어야 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 역할 역시 충북도가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충북도는 시군통합 얘기를 할 때마다 ‘원죄’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다. 도는 양 지차제가 합쳐지면 광역도시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을 우려, 94년 당시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쳐다보기만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충북도로서는 맡자식의 급속한 성장을 원치 않아 견제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청원군이 도시에 편입돼봐야 도시위주의 행정을 펼쳐 군민들은 세금만 더 내고 혐오시설 들어오는 것이나 쳐다볼 것이라는 논리를 편 군 기득권자들도 통합이 실패하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사가 나서라”

하지만 통합찬성론자들은 이미 청주와 청원의 생활권이 같은 지역이고, 동일한 성격의 시설을 양쪽에 두 개씩 설치하느니 한 개만 두면 경제절감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며, 도시개발이 포화상태인 청주시로서는 더 이상 뻗어나갈 데가 없어 살림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뜩이나 적은 예산을 확대시키는 데도 통합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나오고 있다. 천안시가 2004년 당초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쳐 1조 400억원이라는 사실은 청주시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청주시에서는 이에 대해 “천안시는 통합시라서 별도의 예산을 받는데다 개발 여지가 많아 특별회계예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반해 청주시는 청원군이 도넛 형태로 싸고 있어 공장이나 기업유치도 어렵고, 도시개발도 힘들어 세수 증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시군통합의 공은 충북도로 넘어갔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동상이몽’으로 의견 좁히기가 어려워 도지사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양 지자체가 주민 설문조사를 해본들 각자 입장에 맞는 대답이 나올 것이므로 도에서 앞장 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본 뒤 구체적인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청주나 청원 모두 신행정수도의 빛에 가려 존재조차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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