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교비회계 누적적립금 2928억원- 전국 6위- 지방대 1위'

돈이면 귀신도 무섭지 않은 세상에서 이렇게 돈많은 대학이 부실대학이 됐다.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교비회계 적립금 구성 현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건축기금이 2312억원으로 전체 79%를 차지하는 반면 연구기금은 10.6%, 장학기금은 6.8%에 불과했다. 건축비로 뭉칫돈을 쌓아두고 학교 운영과 연구비, 장학금은 쥐꼬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의 국감 질의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2011회계연도에 이사회 의결 없이 120억원에 달하는 채권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에서 이런 거액의 채권투자가 가능한 기업은 없을 것이다. 또한 김준철 전 이사장의 장례비용 1억4천만원과 해직교수 재임용 소송에서 패소해 발생한 배상금 7억여원도 학교 돈으로 지출했다. 또한 지난해 정문 진입로 환경개선을 위해 소나무 15억원 어치를 구입해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조경관리비 투자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학교운영은 속으로 곪았는데 겉만 화려한 건축비와 조경사업비로 교비를 펑펑 지출했다. 더구나 중국인이 대부분인 외국 유학생의 경우 등록금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외국국적 보유의 학생 6813명으로부터 등록금 129억원을 받아 이 중 127억원(98.6%)을 장학금으로 지급한 것. 다시말해 외국인 학생 장학금 비율은 100%인 반면 한국 학생을 합한 장학금 비율은 36.7%로 급락했다. 한국 학생 등록금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무료교육시키고 있는 셈이다.

김윤배 총장의 학교운영에 대한 다양한 비리의혹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퇴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학비대위는 지난 10일 이시종 지사와 이언구 도의장을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다. 전임 교수회장인 임승빈 교수는 "김 총장은 석사학위 논문표절, 공개석상 욕설파문, 정부재정지원 대학 지정으로 학교위상을 급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정빈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은 "김 총장이 집권한 12년간 청주대 위상은 전국 40위권에서 120권으로 추락했다. 보다 유능한 총장을 모셔 학교를 정상화 궤도에 올리려 퇴진을 요구했고 '좋은 쪽'으로 해결하려 대안(이사진 지위 유지)까지 제시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국정감사 의원들의 사퇴요구에 대해 2가지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지정된 것은 판단미스였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 재판식이나 강압적으로 사퇴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대학이 정상화됐다고 생각했을 때 총장사퇴 등 거취문제를 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선 정상화 후 사퇴'인 셈이다.

문제는 '후 사퇴'도 못박아 얘기하기 보다 '거취문제 표명'으로 애매하게 흐렸다는 점이다. 앞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선 정상화후 자진사퇴'가 논리적으로 맞다. 하지만 현재 교무위원 15명 가운데 11명이 보직을 사퇴했다. 친재단 성향을 보였던 교수연합회는 탈퇴가 늘면서 유구무언의 관망자로 돌아섰다. 과연, 누구와 선 정상화를 도모할 지 묻고 싶다.

더이상 임시방편의 말장난이 아닌 대학총장다운 명료한 화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총학생회와 15일 면담에서 책임지는 총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것이 앞으로 교육부의 특별감사와 수사기관의 교비횡령 수사와 학교 구성원들의 피해 누적을 막는 최선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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