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의 잔치, 아무도 비판하는 세력이 없다
사후평가마저 주최측이 용역기관 선정하는 구조

지역축제, 무엇을 남겼나
축제의 씁쓸한 먹이사슬

최근 10월 들어 지역축제들이 잇따라 열렸다. 충북에선 10월에 들어서 청원생명축제, 증평인삼골축제, 속리축전, 음성인삼축제, 온달문화축제, 생거진천문화축제, 수안보온천제, 창의119주년 제천의병제가 열렸다. 남은 10월 한 달 동안 청주직지축제, 앙성탄산온천유향축제, 보은대추축제, 음성품바축제, 충북민속예술축제가 예정돼 있다. 올해 진천군은 생거진천농다리축제를 이례적으로 취소했다.

축제평가는 축제 참여한 사람들에게 몇 개의 설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전문가는 “축제에 온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쓴 수고와 비용 때문에 공연한편보고 체험을 하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오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왜 오지 않았는지, 왜 관심이 없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축제에 연예인 보러간다?

정준수(29․가명)씨는 “젊은이들에게 축제란 연예인을 보러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에는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에 ‘장기하와 아이들’이 와서 갔고, 올해는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에 시스타를 보러갔다”라고 말했다.

▲ 10월에만 해도 충북에 크고 작은 축제가 열렸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이지만 사전 타당성 평가도 사후 평가도 세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열린 직지축제 모습.

올해 청주로 이사 온 이상문(43․가명)씨는 “언론에서 본 축제와 실제 현장이 너무 달라서 배신감이 들었다.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는 오송에 위치한 업체의 판매촉진을 위해서 마련된 행사라는 것은 알겠는데 일반 관람객들이 보기엔 구경거리가 부족했다. 만약 표를 어디선가 얻지 못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갔다와서 행사 예산이 254억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놀랐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엑스포와 관련해 특화된 체험이 없다. 소개된 바이오 정보도 인터넷으로 접근 가능한 것들이었다. 공연 무대도 공연자들에게는 너무 열악해보였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는데 관람객들을 위한 웨이팅시설도 없고, 기본적인 수요예측도 되지 않은 듯 보였다. 행사요원이 입구에서 ‘대기시간 2시간’ 팻말만 들고 있는 건 무책임해보였다. 연예인초청행사는 왜 열리는 지 이해가 안 갔다”라고 비판했다.

정남득 씨는 “지난해 직지축제 갔다 실망하고 돌아 왔다. 마술 난타공연에 가죽공예 등등의 체험부스가 직지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지역공동체와 축제 따로따로

미래도시연구원 이욱 사무국장은 “지역축제는 투자대비 수익이 없는 이벤트성 행사다. 시민이 아닌 행사주체 몇몇이 예산을 탕진하고, 도민과 학생들은 들러리처럼 강제동원된다. 국제행사라고 해도 외국인 찾기 힘들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 축제가 되지도 못한 게 현실이다. 청원생명쌀축제, 보은대추축제, 증평인삼축제, 괴산과 음성의 고추축제는 그나마 성공으로 지자체와 주민 모두가 수익을 창출한 사례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민병동 작가는 “지역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 삶의 공동체에 어떤 식으로 든 기여하지 않는 축제는 그 자체가 문화적 독소이다.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운영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허구의 소설을 쓰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열풍에 놓여있다. 문화기획자들의 요설로 그 지역의 진정성을 하루아침에 연출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그 지역성의 문화적 저급화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문학적 연구와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우선돼야한다. 이를 무시하는 지역 축제의 끝은 또 다른 문화적 허영을 찾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축제를 열어도 그 이익은 지역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에 지역의 한 문화계 종사자는 “축제를 통해 바닥에 까는 비용이 수십억원이다. 지역을 근간으로 태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파빌리온과 함께 축제는 철수한다. 기본적으로 지역적 요구가 바탕이 돼야 하지만 작위적인 축제가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많은 이벤트업체들은 정작 지역축제 기간 소외된다. 일정규모를 갖추고 있어야 도전장을 내밀 수 있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몸집을 키워도 일이 연속적으로 있지 않기 때문에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30년간 이벤트회사를 운영해온 모씨는 “기본적으로 행사 운영 실적이 1000억이상, 직원 30명이상 등 조건을 맞출 수가 없다. 지역의 이벤트 회사들 직원이 많아야 4~5명인데 어떻게 경쟁할 수 있나. 대부분의 대형업체들은 언론사들의 자회사들이다. 과거에는 군단위 축제정도는 지역의 이벤트회사가 맡기도 했는데 지금은 100%외지인들이 한다고 보면 된다. 잘해야 의자 및 천막을 하청 받아 까는 정도인데 그것도 요즘에는 서울팀들이 다 갖고 내려오기 일쑤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업체 축제에 끼지도 못해

이에 대해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은 “축제 공모를 할 때부터 통으로 업체에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업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분공모를 해서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 축제를 벌여도 그 이익을 외지업체가 다 가져가는 방식은 문제다. 의자나 천막을 설치하는 것 또는 음향 등은 지역업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공무원들은 공모가 여러 개라 불편할지 몰라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올해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예산은 254억원, 청원생명축제는 15억원이었다. 격년제로 열리는 청주직지축제는 5억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70억이다.

권순석 바라 대표는 “축제는 막대한 예산으로 열리는데 사전에 아무런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건물을 지으려면 교통영향평가 등을 하지 않나. 축제는 수십억원이 들어가도 단체장과 몇몇의 결정으로 시작된다.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는 게 큰 문제다. 오죽하면 축제의 유통기한이 단체장의 임기라는 말도 있지 않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축제는 존폐위기에 휩싸이고, 살아남더라도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봄․가을에 열리는 축제는 전체의 70%를 넘는다. 자화자찬의 잔치가 매년 가을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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