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의 저자 황선준 박사

지난 2일 책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의 저자 초청강연회가 청주가톨릭청소년센터에서 열렸다. 강연은 스웨덴의 가정·육아·교육 전반에 대해 일상에서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로 펼쳐졌다. 책에는 황선준·황레나 부부가 스웨덴의 교육현장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꾸려온 경험이 고스라니 담겼다. 특히 스웨덴 아내와 살면서 한국, 그것도 경상도 토박이 남자가 부딪치고 변화해온 삶의 과정에 많은 독자들이 흥미를 보였다.

이번 강연회는 녹색청주협의회 내 생활복지위원회의 초청으로 열렸다. 청주지역 복지기관과 여성단체 및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최근 핀란드의 교육이나 스웨덴의 복지 등 북유럽에 대해 관심이 높은 현실을 반영하듯 강의가 진행될수록 강연회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황선준 박사는 현재 경기도교육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3년 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들어왔고 작년에 경기도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서른이 다 되어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 스톡홀롬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결혼해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외국인신분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14년간 스웨덴교육청에서 정책평가책임자로 일하면서 유치원부터 초·중·고·성인교육을 평가하며 발전방향을 의논하고 결정했다. “아이들이 18세가 되면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황 박사는 우리교육 현실을 개선하는데 자신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국내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육개혁을 위한 연구논문이 아니라 <금발미녀와 경상도 남자>라는 자전적인 책을 쓴 것이다. 이후 육아와 교육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를 펴냈다.

황 박사는 “다른 나라에서 살다보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국에서의 육아와 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한 내용과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책에 담았다”고 전했다. 부모라는 공감대 위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행복할 수 있을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업자는 있어도 전업주부는 없다

가정·육아·교육에 대해 황 박사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부인 황레나 씨의 영향이 크지만 스스로 육아에 참여하고 교육 및 복지 정책이 구현되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생긴 확신으로 보였다. “스웨덴에는 전업주부라는 개념이 없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거나 “자녀에게 주어야 하는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한국 남자들이 집에서 많이 도와준다고 하는 말은 육아와 가사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라는 말 등이 특히 와 닿았다.

또 “남자와 여자가 어떤 식으로도 종속되어서는 참사랑이 아니다. 평등한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나온다고 보는 것이 스웨덴의 사랑철학”이라는 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면서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막힘없이 생각을 풀어 놓았다. 강연 후기나 독자 댓글들은 온통 “속이 시원하다” 일색이었다.


스웨덴의 사랑철학, 남녀평등이 기본

강연 후에는 “한국에서 그게 실현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번 강연에도 나온 질문이다. 그는 “우리 안에 답이 있다”고 했다. 개개인의 가슴 속에 있는 질문에 귀 기울이며 함께 혹은 각자의 방법을 찾아나가자는 것이다.

먼저 아빠들에게는 “만사 제쳐두고 집에 일찍 들어가 밥도 짓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엄마들에게는 “직장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 의존은 필연적으로 불평등한 관계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막는 제도와 가부장적인 인식들에 자신감을 갖고 싸워나가야 한다며, 본인 역시 오랜 시간 자신과 싸우고 깨지는 과정을 겪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세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결국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됐다는 것이다.

부부가 살다 헤어질 수 있지만 아이는 독립할 때까지 함께 키운다거나 아이를 키우면서 언어·옷차림·색깔·머리스타일 등에 남녀의 차이를 절대 두지 않는다는 북유럽식 육아는 우리문화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요즘 세태를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황 박사는 스웨덴에서 보낸 26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의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미래가 보장된 복지사회의 삶을 두고 중년의 나이에 빈손으로 고국에 돌아온, 반짝이는 눈을 가진 이 남자의 말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속이 시원한 것을 넘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진지한 표정과 해맑은 웃음들에서 그가 살아온 진실한 순간들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은 일정이 허락하는 한 규모와 거리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간다고 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빌어 말하면 ‘한국에서 아이에게 선물할 부모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온 나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