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한 늙은 거사가 남루한 옷을 입고 칡으로 만든 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아 메고 와서 자장을 모시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자장을 보려고 왔다”
그가 말하였다.
“아직까지 우리 스승의 이름을 부른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당신은 누구기에 이처럼 미친 말을 하는가?”
거사가 말하였다.
“네 스승에게 알리기나 해라.”
그가 마침내 들어가 자장에게 알렸으나, 자장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말하였다.
“아마도 미친 사람일 것이다.”
자장을 모시는 사람은 다시 나와 거사를 꾸짖어 내쫓으려 했다.
거사가 말하였다.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다. 남을 업신여기려는 마음이 있는 자가 어찌 나를 알아보겠는가?”
거사가 삼태기를 거꾸로 하여 터니 강아지가 사자보좌(獅子寶座)로 변했고 거기에 올라앉아 빛을 발하고는 가버렸다.

세 늙은 특사 중 하나는 군복까지 차려입고 국방위원장 전용기를 이용해 인천에 와서 남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말하였다.
“폐막식만 보러왔다.”
그가 말하였다.
“여기까지 내려와서 우리 대통령을 만나지 않으려 한 전례가 없는데 당신들은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특사들이 말했다.
“폐막식 때문에 시간이 없다.”
그가 마침내 들어가 대통령에게 알렸더니, 대통령을 대변하는 자가 말하였다.
“대통령은 폐막식에 불참한다.”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은 사실은 아는 바가 없다고 발뺌했다.
특사들이 말하였다.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다. 남의 행사지만 우리 잔치인 것처럼 주인행세 하다가 가면 되리라!”
특사들은 주인이 자리를 비운 폐막식에서 주인 대신 보좌에 앉아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다가 그날 밤 안으로 가버렸다.

모든 게 미스터리다. 2인자가 의미 없는 북한이라지만 서열 2위를 포함한 실세 트리오가 남한을 방문했다. 그런데 특사는 아니란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도 없다고 했다. 남한 정부에서 넌지시 대통령 면담을 제안했으나 “바쁘다”는 쿨(Cool)한 이유로 거절했다. 만약 북이 먼저 제안했더라면 남측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을 수도 있다. 준비 없는 남북대화에 나설 만큼 유연한 정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폐막식에 불참함으로써 특사 아닌 특사들과 조우(遭遇)를 피했다. 허술한 듯 보여도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다. 영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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