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셀카봉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종전 ‘셀카’의 경우 팔을 펴서 찍자니 배경 없이 인물만 꽉 차고 많은 사람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셀카봉의 경우, 기다란 봉에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부착하면 남한테 부탁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부족함 없이 재미있는 사진이 잘 나오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런 현상은 결국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합리적 개인주의’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셀카봉으로 찍은 사진의 대부분은 위에서 찍는 하이앵글이다. 이 앵글은 주로 풍경이나 음식 등 넒은 범위를 촬영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기법인데 인물사진의 경우 얼굴이 극대화되어코믹스런 사진도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념사진의 경우 눈높이에서 표현하는 아이앵글이 대표적인데 이 앵글은 말 그대로 눈높이에서 촬영상대를 표현했기 때문에 왜곡이 없고 사진에서도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런 기념사진도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남을 찍어주는 직업상 누구한테 사진을 찍어달라며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제대로 된 기념사진 한 장 남겨놓으려면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나름의 좋은 생각을 떠올린 것이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 기념사진은 눈높이에서 촬영상대를 표현했기 때문에 왜곡이 없고 사진에서도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애써 찍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다가가 “제가 찍어 드릴까요?” 하면 “아니요” 라고 답하는 사람은 99.9% 없다. 여러 가지 포즈와 다양한 구도로 찍어 주고는 “그럼 저희도 좀 찍어주시겠어요?” 하면 애써 혼자 팔 벌려 찍을 필요가 없어진다.

만약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다면 “저희 좀 찍어주시겠어요?”가 아니라, 누가 사진을 찍으려 하는지 주변을 잘 살펴보다가 먼저 다가가서 찍어주고 나면 얘기는 끝난다. 소통이 부족한 세상, 그리고 소통을 원하는 세상. 모르는 사람 사이에도 훈훈함이 흐르는 세상은 어찌 보면 잠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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