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호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상임대표

▲ 황민호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상임대표
충청북도는 사실 실체가 없다. 저 강원도 언저리 제천·단양부터 저 경상도와 전라도 언저리에 보은과 영동까지 10여 개 시·군이 모여 있는 것이 충청북도이다. 그것을 잠시라도 잊어버리는 순간 옥상옥이 되고 군림하려는 권력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바깥으로는 균형발전을 목놓아 외치면서도 안으로는 중앙집중체계를 가속화하는 못된 버릇에 길들여져 있다. 약자의 코스프레를 하면서 그 논리를 학습해 똑같이 강자로 군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균형발전을 외치는 패러다임 자체가 수도권에 있는 공장 몇 개, 산업단지 몇 개를, 그리고 공공기관 이전을 외치는 거라면 그것은 떡고물 나눠달라고 떼쓰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안으로는 청주가 커져야 한다고 목놓아 외친다. 충청북도의 중심도시가 약하니 이를 키워야 한다고 개발의 야심을 드러낸다. 이것은 일반 서민들까지 내면화시켜서 당연히 그리 해야 충북이 커진다는 논리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말한다. 그런 논리는 오래전 낙숫물 효과에 기대는 바가 크다. 큰형이, 맏형이 잘 되어야 막내까지 덕을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충청북도는 정부에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충북에 많은 예산 및 기관 이전, 공장 이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충북은 과연 균형발전하고 있는가? 청주·청원이 통합되면서 중앙집중은 더 과속화되고 인구 쏠림현상은 더 일어날 것이다. 괴산·단양·보은을 비롯해 농촌 자치단체는 인구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도내 여타의 자치단체도 실정은 마찬가지다. 읍 집중이 심각하다. 옥천 같은 경우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3만명이 읍에 산다. 옥천 역시 충청북도에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읍만 커지는 중앙집중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탈농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면에서 읍으로 읍에서 인근 도시로 이주하는 형태는 더이상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지경이다.

사람이 고루고루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균형발전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를 잘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충북 어디에 살든 주민세를 동등하게 내는 만큼의 삶의 질을 누려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물론 도지사가 좀 더 가까운 도정을 위해 남부 출장소와 북부 출장소를 각각 신설하고 나름 손짓을 했지만서도 피부에 와 닿기까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물은 끊임없이 후미진 구석을 돌아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충북도부터 상당부분의 권한을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에 위임하라. 충북도뿐만 아니라 도 산하기관, 도교육청 모두 분권화해야 하고 자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스스로 ‘중앙집중’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한 ‘균형발전’은 허울좋은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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