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문학제 파주서도 보수단체 반대 이어져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를 기리는 문학제가 고향 충북 괴산을 떠나 경기 파주에서 열리기로 했지만 파주에서도 정치적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9회인 홍명희문학제는 오는 3~12일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북소리축제의 일환으로 11일 진행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을 지원하는 파주시는 북소리축제 프로그램에 홍명희문학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1일 밝혔다. 보수 성향의 보훈단체들이 벽초가 월북작가라는 점을 문제 삼아 항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축제는 갈등이나 대립 없이 다같이 즐기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부당하다고 외치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갈등의 원인이 된 홍명희문학제는 원래 아시아출판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계절출판사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축제는 충북민예총과 충북작가회의, 사계절출판사가 함께 열고 충북도가 예산 1800만원을 지원한다.

원래 축제는 작가의 고향인 충북 괴산이나 청주 등지에서 열려 왔다. 그러나 지난해 괴산에서 열린 문학제 행사장 앞에서 ‘전몰군경유족회’ 등 보수단체들이 ‘홍명희는 북한 김일성에 충성한 6·25 전범자’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이에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 주최 측은 2014년에는 괴산에서 문학제를 열지 않기로 보수단체들과 합의했다. 보수단체들은 괴산에서는 영원히 홍명희문학제를 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축제가 충북을 떠나 파주로 옮겨간 게 보수단체를 의식한 결과라는 추측을 주최 측은 부정해 왔다. 문학제를 함께 준비하는 사계절출판사가 파주에 있고 홍명희 작품에도 파주가 등장하는 만큼 홍명희의 문학적 자산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파주 개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축제 20돌이 되는 내년에는 다시 충북으로 옮길 계획이다. 그러나 파주 보훈단체들이 벽초가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파주시까지 한발 물러서자 주최 측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김태희 사계절 문학팀장은 “파주 개최는 몇 년 전부터 논의돼 왔는데 마치 월북 이력 때문에 괴산에서 쫓겨난 것처럼 알려지면서 파주 보수단체까지 자극받아 나선 것 같다”며 “홍명희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였고 민족지도자였는데 그런 부분은 조명되지 않았다. 문학제는 작품 <임꺽정>을 기리는 것이며 북한에서의 활동은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1888년 괴산에서 태어난 벽초 홍명희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귀국해 괴산에서 3·1만세운동을 조직하고 신간회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28년 대하소설 <임꺽정>을 발표했으며 해방 뒤 좌익운동을 하다 1948년 김구 선생을 따라 남북협상을 위해 월북했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IOC의원, 초대 내각 부총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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