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흔히 ‘상식 밖이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한다. 사회 속에서 상식은 열 명을 기준했을 때 여덟, 아홉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말하기도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취재기자는 난감하다. 문제를 지적하는데 상대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보도하고 있는 진천군 은암산업단지 관련 보도가 바로 그렇다.

2009년 착공한 은암산업단지는 5년 동안 50%(기존면적 기준)의 진척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개발업체가 변경되고, 암반지역이 발견되는 등 지연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산업단지 가운데 소규모에 속하는 12만 3288㎡의 산업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이내에 마무리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준공허가를 받은 옥산산업단지도 입주기업 문제와 운암산업단지보다도 큰 암반(300만 루베) 등 암초에 부딪혔지만 준공까지 5년의 기간이 걸렸다. 옥산산단의 규모는 은암산단 최초면적의 10배가 넘는 132만4889㎡에 이른다.

사업이 지체되는 사이 개발업체가 골재장사에 혈안이 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년간 공사는 진척이 없는데 골재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천군 관계자는 지난 7월 현장을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미 14억원 이상의 골재가 반출된 이후였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해당업체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현장을 점검한 진천군 관계자는 “샌드밀 기계가 허가지역 외에 설치되고, 허가받은 것보다 더 깊게 암석을 채취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과정에서 진천군 관계자들은 해당업체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동감하는 발언들을 곧잘 했다. 산업단지는 조성하지 않고 골재 생산으로 부수익만 올리고 있다는 외부의 시선과 공감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충북도가 토석채취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것을 감지한 해당업체는 발 빠르게 신청을 취소하고 진천군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기존 면적에 대해 추가로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진천군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기자는 산림청의 법해석을 통해 진천군의 추가 승인이 잘못된 행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친절하게도 “위법이기 때문에 이제라도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진천군은 “우리가 처리한 행정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군 관계자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이렇게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취재기자에게 “불순한 의도를 알기 때문에 막아야 하지만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 직원이다. 이율배반이다.

진천군의 설명이 합당한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취재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허가를 내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한 행정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진천군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해당업체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취재기자가 답답함을 토로하자 진천군 관계자는 친절하게 답했다. “취재기자의 논리도 맞지만 우리 논리도 맞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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