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욱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파견교사

▲ 한영욱 교사
충북 혁신학교의 이름이 지어졌다. ‘행복씨앗학교’ 다른 두 후보의 이름이 ‘행복울림학교’, ‘충북행복학교’였음을 보면 새로운학교에 대한 모두의 바람이 ‘행복’에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 그 소망은 이름 그대로 ‘씨앗’에 머무르고 있다.

‘씨앗’은 참 많은 상징을 갖는다. 이미 내부에 생명이 깃들고 있음을. 그것이 싹틔우기 위해서는 흙과 물과 볕이 필요함을. 그리고 한 번 싹이 돋아난 뒤에는 자기 생명력을 가지고 자라난다는 사실은 오늘의 충북교육의 모습과 참으로 닮아있는 듯하다.

이는 결국 학교가 바뀌는 힘은 학교 안에 있고, 이 힘을 끌어내기 위해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 또한 새로운 변화는 주위와 함께 손잡고 ‘푸르게 절망을 넘는’ 담쟁이처럼 교육을 바꿔갈 것이라는 기대까지 갖게 한다.

조급하지 말았으면 한다. 씨앗을 심고 발아를 재촉하지 않도록, 자기 힘으로 척박한 땅을 뚫고 나올 수 있어야 더 건강하다. 그동안 우리 지역의 교육은 종이위에서 아이들과 학교를 평가하기에 바빴다. 굳어진 지역교육의 생태계에 흠뻑 젖을 만큼 충분한 빗물처럼 새로운 시도와 관행의 개선이 이루어져야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따뜻한 기다림이 존재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교단에 처음 서던 때,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교사로서 살아가길 소망하던 시절의 설레임을 회복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같은 성과를 요구하지 말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충북형 혁신학교가 다른 지역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마치 수십 종의 씨앗을 심고 나서 어떤 열매가 맺히는지 한 가지만 알려달라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혁신학교가 기존의 연구학교와 다른 점은 예견된 결과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 학교마다 처한 여건, 가능성이 모두 다른 상태에서 최대한 그 학교에서 가장 ‘좋은’ 상태의 교육을 만들어 보자는 너무나 기본적인 가정만 가지고 있다.

지금 천천히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학교들 마다 가장 중심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다르다. 기대하건데, 소나무와 벚나무를 비교하지 않는 것처럼 학교마다 정말 다양한 결과들이 나와서 단순한 비교가 불가능하기를 바란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자기 본연을 지켜가길 바란다. 자칫 교육감의 공약사항이라는 것으로 무르익고 성숙하지 않는 여건을 무리하게 확대한다든지, 현장에서 소박하고 고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교사들을 ‘새로운 것은 이러해야한다’고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틔우려고 하는 씨앗이 소중하다고 잘 자라고 있는 것들을 모두 잡초 취급하는 우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좋은 것은 묵묵한 실천으로도 자연스럽게 퍼져나간다. 혁신학교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배움의 기쁨을 느껴간다면, 머지 않아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먼저 그것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핵심은 교사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미래를 위해 기쁘고 즐겁게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자발성에 있다. 나 스스로 싹틔울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지금은 돕고, 기다리고,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혁신학교라는 행복 씨앗이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어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 숨쉬는 아름답고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복원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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