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떨어지자 오전 출현 ‘뱀 주의’ 표지판 필요


청주 무심천 강변길 산책로와 큰 길가 주변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역에서 뱀이 잇따라 출몰, 사람들을 놀래키고 있다.

25일 생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 속에서 '변온 파충류'인 뱀이 떨어진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숲이 아닌 도심 길가 가장자리에서 출몰하고 있다.

숲에 있던 뱀이 밤에 얼었던 몸을 녹이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독사 등 뱀에 물렸을 경우다. 현재, 뱀은 가장 활동적이고 강한 독을 품고 있기 때문에 한번 물리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직장인 김모(40) 씨는 지난 18일 오전 청주 분평동 무심천 상류지역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다가 깜짝 놀랐다. 산책 도중 유혈목이, 일명 ‘꽃뱀’으로 불리는 뱀이 똬리를 틀고 김 씨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산책로 주변에 있던 유혈목이와 독사가 잇따라 산책로에서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이날 산책로에서 목격한 뱀만 모두 3마리. 함께 산책길에 나섰던 송모(39) 씨가 또다시 뱀을 발견하면서 이들은 산책길을 완전히 벗어났다. 김 씨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길에서 이렇게 많은 뱀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괴산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73·여) 씨도 지난 20일 오후 뱀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큰 길가 주변 논에서 풀을 뽑고 있던 중 손 끝에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손끝에 전해진 것은 뱀의 물렁한 몸통. 급하게 손을 빼고, 도망치는 뱀을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바로 독을 잔뜩 품고 있던 독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독사에 물려 병원신세를 질 위기를 모면했다. 이 씨는 "3년 전 독사에 물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또다시 뱀에 물릴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왜 뱀이 숲이 아닌, 인적 많은 길가로 몰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먼저 뱀이 떨어진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로에 나온다는 것이다.

또 겨울잠을 자는 뱀은 동면 전,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기 위해 강변길 산책로에서 서식하고 있는 쥐와 두더지를 잡아먹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뱀 등 파충류를 불법으로 포획 시, 처벌 규정이 강화되면서 뱀의 번식을 증가시킨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청주 무심천 강변길과 숲 주변의 산책로 등에는 뱀과 관련된 안전장치나 '뱀 조심' 안내 표지판 등을 찾아 볼 수 없다. 자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뱀과 관련된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고, 뱀과 관련된 안내 표지판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화근(49) 서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가을철 출몰하는 뱀은 강한 독성을 갖고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포획 금지 강화, 체온 올리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뱀이 인적이 많은 곳에서 쉽게 발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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