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민 노무사

▲ 주형민 노무사
단식 40일이 넘은 사람들 앞에서 초코바를 들고 희릉을 한다. 대통령의 제부가 되는 사람이 딸을 잃은 사람의 단식을 검증하겠다면서 동조단식을 한다. 죽어야 하는 걸까. 사람이 아픈데 당신이 아픈 것을 검증하거나 꾀병을 부린다며 검증을 하는 사태가 이성의 사회일까. 무엇이 선일까.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용납의 여지가 없을까.

세월이 세월호를 잊고 있습니까? ‘아름다운 재단’과 ‘한겨레21’의 공동캠페인 ‘기억0416’의 선전 구호이다. 아차 싶었다. 그렇지, 시간 앞에 장사 있으랴.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 24시간 내내 세월호만 생각하며 살 순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의 삶에 몰두하며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덜어낸다. 이러한 인간의 ‘관성’을 정부와 여당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국민들이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며칠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였다. 이 단식 농성은 충북지역의 시민단체, 정당,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충북범도민대책위원회’에서 주관하였는데, 상당공원에 천막을 설치?운영하였다. 그날 밤 천막으로 어떤 분이 찾아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추석 연휴엔 단식을 왜 안하냐고. 단식을 하려면 무기한으로 죽을 각오로 임해야지 진정성이 없다고. 이건 그냥 쇼맨십이라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진정성은 마음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고. 그것이 쇼맨십이라도 좋다. 따지고 보면 각종 집회나 시위도 집단적 쇼맨십이니까. 사람들에게 자꾸 보여주는 것이다. 보라고. 와서 보라고. 함께 하자고.

정말 힘든 것은 단순한 구호를 실천하는 일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흐르는 시간 앞에서 모든 것이 변하고 기억은 희미해진다. 그 누가 자신 있게 변함없이 행동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게으른 몸을 깨우고 망각에 저항하기. 일상적 삶에서 꾸준히 실천하기. 가능하면 집단적으로 연대하여 행동하기.

예전에 유가족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고 한다. 모든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하여 세월호를 안산까지 끌고 와서 대형 추모공원에 전시해야 한다고. 그리하여 자손 대대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뼈저리게 간직해야 한다고. 이걸 단순히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인간의 유한한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후손들이 세월호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시민네트워크에서 추진한 세월호 기록 저장소가 곧 문을 연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할 것이다.

하지만 잊지 않고 교훈 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정신은 깨어있으되 몸은 자꾸 일상으로 되돌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겨우 하루 단식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꾸짖는 듯한 한 마디.
몸을 움직여라, 혀 말고!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