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수, 직원, 동문회 “김윤배 총장 퇴진” 한목소리
18일 비상총회 6000명 운집, 본관 앞 천막농성 이어가

“여러분 죄송합니다. 1만 3000명의 학우여러분께 감사합니다. 70년 민주사학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청주대가 지난해 말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정부재정제한대학으로 분류됐습니다. 경영진의 방만한 학교 운영으로 학우 여러분께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혔습니다. 개교 이래 최대위기입니다. 청주대는 망가졌습니다.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이제 행동으로서 여러분의 권리를 찾아드리겠습니다.” 유지상 청주대 총학생회장은 준비해온 멘트를 읽으면서 연신 목이 잠겼다.

▲ 지난 18일 총학생회 임시총회에는 6000명이라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예정된 총장 퇴진을 묻는 찬반투표가 불가능했다. 그 자리에서 거수로 현 경영진의 퇴진을 결의했다.

18일 청주대 비상총회가 열렸다. 이날 정원의 1/10이 참석하면 비상총회가 열려 김윤배 총장의 퇴진여부를 투표하기로 했지만 이미 6000명 가까이 도서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도저히 투표로 찬반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 거수로 퇴진여부를 결정했다. 대학 경영진 퇴진을 원하냐는 질문에 모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후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청주대 교정을 행진했다. 학생들이 청주대를 빽빽하게 둘러쌌다. 청주대 모 교수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나올 줄 몰랐다. 역사이래 최대 모여도 2000명 정도였는데 오늘 절반 가까이 나온 셈이다. 놀랍다”라고 말했다.

울먹인 총학생회장

학생회 간부 또한 “총학생회 비상총회라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일부 교수들은 수업을 강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오늘 참석해 준 학우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총학생회와 직원노조, 총동문회, 교수회는 18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김윤배 총장의 퇴진 보직교수 사퇴,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한 이의제기, 거리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약 6000명이 거리로 나올 수 있던 것은 김윤배 총장과 보직교수, 이사진 등 현 대학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응축됐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청주대를 상징하는 도서관 앞 학교 엠블럼에는 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여있다. “언제까지 할래? 한 사람만 물러가면 청주대가 행복해진다.” “제발 떠나주세요.”“나 이제 졸업하는 데 취업 어떡할래?” 등등. 불만과 자조, 울분이 작은 종이 안에 담겼다.

이날 직원노조는 총파업을 결의했다. 박용기 청주대노조위원장은 “청주대는 13년간 학생 등록금으로 3000억의 적립금을 쌓았다. 학교를 망쳐먹고 부실대학으로 전락한 책임을 물어 노조는 오늘 12시에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었고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정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현 경영진 퇴진을 위해 싸울 것이다. 무능한 경영진을 몰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 청주대교수회장은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적이 없다. 얼마나 청주대 문제가 크면 이렇게 모였겠는가. 이공대 건물은 쓰러져 가는 데 이공대 교수들이 맘에 안 든다고 리모델링은 없다고 총장이 그런다. 예술대 조명은 떨어지려고 해서 제발 바꿔달라고 해도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이게 정상적인 학교인가. 제대로 된 실험실습기자재가 없고 피아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취업 안되는 과는 자른다고 윽박지른다. 한 사람만 내보내면 학교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총동문회도 집회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도희윤 청주대 비상대책위원장(총동문회 부회장)은 “총동문회도 2가지를 결의했다. 학생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며 오늘부로 김 총장과 경영진의 해임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구성원인 학생, 교수, 노조, 동문회가 한목소리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김 총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들은 18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총장은 며칠 째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청주대 경상대 3학년 유모 학생은 “이승만 정권도 아니고, 총장이 도대체 몇 번이나 연임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입학한 이후 총장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학교는 축제기간에 총장과 이사진들이 나와서 인사도 건넨다고 하던데 우리 학교 총장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보직교수들 자체 비상혁신위 꾸려

반면 황신모 청주대 부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비상혁신위원회를 꾸리고 20일 대학구성원에게 드리는 글을 작성해 그룹웨어에 올렸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에 대해 청주대 교수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비상혁신위원회라는 기구는 김윤배에 빌붙어있는 최후의 추종세력들이 김윤배를 위해 시간 끌기용 수단이나 아니면 이 기회에 전권을 휘두르는 꿈을 꾸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며 “9월 18일 총궐기의 참뜻을 왜곡하고 있다. 이들은 13년간 총장과 함께 청주대를 쇠락의 길로 이끌었다. 더 이상의 궤변으로 상황을 호도하지 말고 현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사죄하고 물러가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수회와 총학생회는 23일 김윤배 총장의 석사 학위 논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구> 가운데 90%가량인 40페이지가운데 35페이지가 표절로 드러났다며, 청주대 재단인 청석학원 이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김 총장의 학위 수여 취소 요청을 했다.

총학생회는 “김윤배 총장의 논문표절이 청주대학교 대학원학위수여규정 제4장 제21조 학위수여의 취소사유에 해당된다. 이사진들은 대학원위원회를 열어 김윤배 총장의 석사논문표절과 학위수여취소여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2014년 9월 25일까지 회신해 달라. 만일 이 요청에 대해 합당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사법당국에 직무유기로 고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는 29일 교육부에 임시이사 파견을 공식 건의하기로 하고 22일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시이사 파견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29일 청주대부터 교육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까지 도보행진을 벌이고 다음 달 말까지 학내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경우 수업 거부는 물론 총장실 점거농성 등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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